오늘은 세계 빈곤철폐의 날…"불평등한 사회구조 바꿔야"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내년 1월이면 용산 참사 10주기입니다. 공권력이 잘못했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저희에게 사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비극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전국 곳곳에는 강제철거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습니다." (용산 참사 유가족 전재숙 씨)
"노량진 수산시장은 이제 장사하는 곳이 아니라 투쟁하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이곳에서 피땀 흘리며 젊은 날을 보낸 우리에게 구조적으로 잘못 지어진 건물로 들어가라고 강요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습니다." (노량진수산시장대책위원회 공동지역장 한상범 씨)
"올해가 정들었던 청계천을 떠나 가든파이브로 이주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도 청계천에서 장사할 땐 빚 없이 살아갈 수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여기로 온 이후론 일하면 할수록 빚만 쌓여갑니다."(가든파이브 대책위원장 유산화씨)
17일 유엔(UN)이 정한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철거민, 노점상, 장애인, 노숙인, 이주상인, 청년 등이 한데 모여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불평등을 양산하는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빈곤사회연대 등으로 꾸려진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날로 빼곡해지는 빌딩 숲과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는 그곳을 삶터로 삼다 쫓겨난 가난한 사람들의 역사가 묻혀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상위 0.1% 고소득자의 평균소득이 하위 10% 가난한 사람의 1천배에 달하고, 상위 1%가 1인당 6.5채의 주택을 보유하는 한편 114만 가구는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서 사는 등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빈곤과 불평등이 없는 세상, 평등과 평화가 도래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철거민, 노점상, 노숙인, 노동자, 장애인들이 손을 잡고 우리의 몫을 자꾸 빼앗아가는 사회와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추모공원을 찾아 먼저 세상을 떠난 무연고 사망자와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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