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작가들 "한반도 화해 기뻐…평화에 힘쓸 것"
동아시아문학포럼 앞서 3국 대표 작가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한반도 화해 무드가 조성된 것에 '좋아요'를 클릭하고 싶습니다. 문학이란 것은 원천적으로 평화를 안고 가는 것이죠. 우리 작가들이 정치에 개입해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축적된 문화의 힘으로 반드시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문학작품을 쓰는 작가로서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티에닝(鐵凝) 중국작가협회 주석(소설가)은 16일 오후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8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17∼1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 화해 무드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008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성사된 이래 이번에 네 번째로 열리는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은 한국과 중국,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의 미래와 평화 비전을 모색하는 자리다.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한 차례씩 열린 뒤 제2기 형식으로 서울에서 다시 열리는 이 행사에는 방현석, 권여선, 김애란, 장강명, 김금희, 최은영 등의 한국작가 17명, 쑤퉁, 장웨이, 왕웨이롄 등의 중국작가 9명, 시마다 마사히코, 나카무라 후미노리, 나카지마 교코 등 일본작가 10명이 참가한다.
일본 작가단을 대표하는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 역시 한반도 화해 무드에 비슷한 말을 했다.
"티에닝 주석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최소한 문학을 즐길 만큼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휴일에 방안에서 술을 조금씩 마시면서 책을 읽는, 그런 여유를 즐기는 평화로운 세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저의 정치 코드 가장 밑바탕에 깔린 생각입니다."
이번 포럼 주제는 '마음의 연대: 전통, 차이, 미래 그리고 독자'.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공존을 기원하는 바람에서 정한 주제다. 이 포럼은 3국 간 정치적 갈등과 분쟁 탓에 2008년 첫 행사 이후 격년으로 열기로 한 합의를 지키지 못했고, 포럼 자체가 중단될 뻔한 위기도 있었다.
한국 조직위원장인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는 "그동안 포럼이 열릴 때마다 약간의 긴장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포럼은 아주 복된 포럼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가 모처럼 비분쟁 상태로 평화로운 시대에 포럼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 문학인들이 염원한, 문학에 집중할 수 있는 내실 있는 포럼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작가단을 이끄는 티에닝은 "10년 전에 한국에서 굉장히 성대하게 포럼 포문을 열어줬고, 이렇게 한 바퀴 순회를 마치고 또 다른 시작점에 선 것은 굉장히 의미 있다. 세계적으로 문학포럼이 많이 개최되지만, 이렇게 다양한 국가가 모여 10년 동안 이어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나는 이 포럼에 굉장히 큰 애정이 있다. 그간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럴수록 더욱 가치 있는 것이고 그 어려움을 우리가 얼마나 잘 극복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경제적인 여러 갈등으로 3국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지만, 작가들의 정서적 교류는 끊이지 않는다. 중국의 가장 큰 출판사에서도 한국의 좋은 문학작품을 계속 출판한다. 이번에 대표단을 꾸릴 때 1980년대생 작가들까지 새로운 피가 많이 수혈됐는데, 그만큼 이 포럼이 젊은 작가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젊은 작가들에게 작가 간 마음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지난 10년간 교류를 통해 3국 작가들이 서로의 작품을 읽었고, 작품 속 등장인물과 작품을 쓴 작가에게 강한 공감대를 갖게 됐다. 문학이란 장르는 국경을 넘어 한 사람, 한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나는 옆에서 중국인이 이렇다, 한국인이 이렇다는 식으로 분류해서 얘기하는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내가 읽은 소설 속 인물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고 싶어진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교류하며 느끼고 확신한 것은 서로 얘기하면 뭔가 통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전 포럼까지 일본 측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소설가 시마다 마사히코는 "포럼을 10년간 유지해 오랜만에 이렇게 친구들을 만나게 돼 정말 반갑다"며 "3년에 한 번꼴로 만난 셈인데, 내가 친척을 만난 횟수보다 많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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