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北 서해NLL 인정했다 안했다'놓고 軍 오락가락 대답에 눈총
판문점선언·남북 군사합의서 '서해NLL 일대' 표현 두고선 "인정했다"
서해상 북측 함정, 北이 그은 '경비계선' 준수 주장엔 "인정 안 했다"
전문가 "北 경비계선 버리고 NLL 인정했다 보긴 무리…차후 협상해야"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정 여부를 놓고 군 당국이 오락가락 답변해 비난을 자초했다.
북한 측 함정이 자신의 '경비계선' 준수를 강조하는 행위를 두고선 NLL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9·19 남북 군사합의서'에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한다'는 표현이 들어간 걸 두고선 북한이 NLL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경비계선은 남측의 NLL에 맞서 북측이 임의로 그은 경계선이다.
이달 12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비공개 국감이 논란의 시작점이다. 합참은 북측이 서해 남북 함정 간 통신에서 NLL을 인정하지 않고 경비계선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이다.
그러나 합참의 보고에 앞서 당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군사합의서의 내용을 근거로 북한이 NLL 실체를 인정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방위의 합참 국감 공개 질의에서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앞선 비공개 보고를 일부 거론하면서 질의했다.
이 때문에 북한측 함정의 경비계선 준수 언급을 바탕으로 한 합참의 북한 NLL 불인정 보고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NLL 인정 여부와 관련한 여야 공방이 고조되자 합참은 입장자료를 통해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합의했고, '9·19 군사합의서'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바 있다. 이는 양 정상 간 NLL을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이다.
1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도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들은 북한의 NLL 인정 여부와 관련, 일관성 없는 발언을 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경비계선 밑으로 내려가라는 (남측 함정을 향한) 북측 함정의 통신은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는 행동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봐야겠죠"라면서도, "(9·19 군사합의서를 포함한 평양) 공동선언과 현장에서 하는 것이 다른 부분은 일단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북측 함정들은 9·19 군사합의서 체결 이후에도 남측 함정에 경비계선의 준수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변인은 '북한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서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 "단정적으로 그렇게 보기에는…"이라며 말을 아꼈다.
노재천 합참 공보실장(육군 대령)은 "군사합의서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로 우리가 평가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그러면서도 "북한 함정의 NLL 침범행위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그것 자체로 봤을 때도 북한은 NLL의 실체를 인정하고 있다고 우리는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서를 체결한 북측 수뇌부의 입장과는 달리 서해상 북측 함정들로선 'NLL 인정'과 관련한 뚜렷한 지침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수뇌부와 일선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 국방위의 합참 국감 당일 박한기 합참의장으로부터 보직신고를 받으면서 서해 평화수역과 관련해 "그런 구상이 사실 전두환 정부 시절부터 오랫동안 추진됐지만, 북한이 NLL이라는 선을 인정하지 않다 보니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것인데 북한이 판문점부터 이번까지 정상회담에서 일관되게 NLL을 인정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나 합참이 '북방한계선 일대'라는 표현을 근거로 '북한이 NLL을 인정했다'고까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NLL을 기준으로 평화수역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도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사실이나 자신의 경비계선을 버리고 NLL만 인정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NLL은 수십 년을 끌어온 문제로 앞으로 (평화수역 조성을 논의할)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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