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 언론인 암살의혹 진상규명…살만국왕과 곧 통화"(종합2보)
오하이오주 유세서 공개 약속…"무슨 일 일어났는지 알아낼 것"
므누신 美재무, 사우디 투자행사 참석 불투명…라가르드 IMF 총재는 "참석"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지난 2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고 로이터와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위해 조만간 사우디 살만 국왕에게 직접 전화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의 중간선거 유세 현장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며 우리는 매우 진지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우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의 살만 국왕과 아직 논의한 적은 없으나 "터키에서의 끔찍한 상황"에 대해 살만 국왕에게 "곧" 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부터 미국에 체류하면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실과 정책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게재해온 카슈끄지는 터키인 약혼녀와 결혼하려고 이스탄불을 찾았다가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후 터키에서는 그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로 영사관에서 정보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살해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카타르나 무슬림형제단이 배후라고 주장하지만, 사우디 정부를 둘러싼 의혹은 걷히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최근 카슈끄지의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와 대화를 나눴다고 국무부는 밝혔으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의혹이 증폭되면서 오는 23∼25일 사우디 리야드 리츠칼튼에서 사우디 국부펀드 PIF가 주최하는 글로벌 투자 콘퍼런스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에 참석할 예정이던 글로벌 기업들과 유명 인사들이 불참 의사를 밝히거나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대표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참석 계획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으나 불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 공화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공화당 인디애나주 하원의원 짐 뱅크스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세계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에게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답을 받지 않는 한 므누신 장관은 이달 말로 예정된 사우디로의 출장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므누신 장관이 사우디 행사에 참석할지를 차후에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며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일단 예정대로 행사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연차총회가 열리는 발리에서 언론과 만나 "소름 끼치는 일들이 보도되고 있어 나도 섬뜩하다"면서도 "나는 전 세계에서 그리고 많은 정부와 함께 IMF의 일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시점에서 내 생각은 (참석)계획을 바꾸지 않고 앞으로 며칠 동안 나올 정보들에 대해 매우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여 향후 상황에 따라 계획을 변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카슈끄지의 행방에 대한 의혹이 커지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각국 지도자들도 사우디 정부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르메니아를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진실과 완벽한 진상이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알려진 사실들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메르켈 총리도 이날 대변인을 통해 카슈끄지가 살해됐다는 보도의 진위를 규명하는 데 사우디 정부가 "전적으로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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