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운영자 "영변불능화·부분 핵신고-종전선언 교환 합리적"
조엘 위트 인터뷰 "영변 핵시설 조용…김정은 폐기언급 이후 변화없어"
"대북협상, 과거잊고 현 상황에 집중해야…이견 있어도 해결하는게 동맹"
"38노스 내년사업 재원 조달에 어려움…韓 정부 지원 재개 기대"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 전문 웹사이트로 유명한 '38노스'의 운영자인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와 부분적 핵프로그램 신고를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교환하는 방안이 향후 북미 실무협상에서 합의할 1단계 비핵화-상응조치 조합으로서 합리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 북한 담당관 출신인 위트 연구원은 12일 서울 정동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북핵 정보를 초장에 알 필요는 없으며, 그것은 현실적이지도 않다"며 '단계적 핵 신고' 구상에 입각한 '영변 불능화 및 1단계 핵 신고' 대(對) '종전선언'의 교환 구상을 제안했다.
위트 연구원은 "현단계에서 한꺼번에 북한 핵 활동의 완전한 신고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수년 걸리는 영변 핵시설 폐기에 앞서 수개월이면 가능한 불능화와, 지금까지 공개된 것 이상의 북핵 프로그램 관련 추가적 정보 공개(부분적 핵 신고)를 종전선언과 교환하는 것이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북미 외교관계 수립에 핵심적인 일이기에 미국으로선 큰 카드"라며 "만약 나라면 (연락사무소 개소의 대가로) 북한에 지금 하려는 조치(영변 핵시설 폐기와 동창리 엔진 실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폐기) 이상의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 열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더욱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의 하나로 평양 연락사무소 문제가 카드로 올라온다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위트 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폐기 용의'를 밝힌 영변 핵시설 밖에도 공개되지 않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나도 그럴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영변 밖의 핵시설에 대한 처리는 2단계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열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간의 실무 협상에 대해 "1단계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합의하는 것이 최대치일 것"이라며 1단계 조치 합의와 함께 다음 단계의 목표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후속 대화의 기본 틀을 만드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영변 핵시설 상황에 대해 "며칠전 상업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확인했는데 매우 조용하며, 많은 활동이 있는 것 같지 않다"며 김 위원장이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를 밝힌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간 영변 시설 처리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기본적인 가동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트 연구원은 수십년간 이루지 못한 북한 비핵화를 이번 기회에 달성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 "대북 협상사(史)는 흑 또는 백, 즉 실패나 성공이 아니라 그 중간 어느 지점에 있었다"며 "과거가 준 선입견을 잊고 지금 상황에 집중하고, 최대한 빨리 진전시킬 방안을 생각하자"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핵 협상은 단순한 기술적 과정일 뿐 아니라 정치적 과정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재 완화와 관계 정상화를 향한 정치적 논의에서의 진전은 (비핵화의) 기술적 영역에서의 진전을 도울 것이기에 정치적 측면과 기술적 측면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있다"며 "한국 정부는 그것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나 미국도 그런지는 확신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위트 연구원은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조치(남북 교역 금지 등을 담은 우리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 패키지) 해제 발언 등을 계기로 불거진 한미간 견해차 논란에 대해 "내가 미국 행정부에서 일할 때도 한미간에 이견이 가끔 밖으로 표출됐지만 동맹의 운용 과정에서 그런 차이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 문제와 관련해서도 상호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공동의 접근법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위트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38노스 모(母)기관이었던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38노스가 스팀슨센터로 터를 옮기게 된 상황에 언급, "운 좋게 긴급히 재원을 얻어 이전을 할 수 있었지만 다음 회계연도에 대비한 재정이 심각하게 부족해 사이트 운영 능력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대한 추측이 아닌 진정한 분석을 위해 사이트를 시작했고, 작년에 250만 명이 우리 사이트를 방문한데 이어 올해도 그 정도의 방문자가 예상되며, 북한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향후 있을 수 있는 남북 재래식 전력 군축이 한미동맹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려 하는데 재원이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의 지원 재개를 포함한 각계의 관심을 희망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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