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가시권에…文대통령 중재역 또 결실 보나

입력 2018-10-07 22:38
수정 2018-10-07 22:57
2차 북미정상회담 가시권에…文대통령 중재역 또 결실 보나

폼페이오, 김정은과 '빠른 개최' 의견모아…종전선언 가는 길 탄력

평양공동선언에 담은 美 상응조치, 북미간 의제로…文대통령 '다리 놓기' 주효

폼페이오 "여기까지 문대통령 상당한 역할"…문대통령 "모든 노력 다할 것"



[로이터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기자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의 중대 관문인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현 가능성이 한 단계 높아져 협상의 '촉진자'를 자임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행보가 결실을 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서 곧바로 한국을 찾아 문 대통령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2차 미북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개최키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라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지난달 평양과 뉴욕을 오가며 벌여온 '강행군' 중재 행보의 최우선 과제가 바로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이었던 만큼,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은 문 대통령의 평화 프로세스에 일단 청신호를 밝힌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달 문 대통령이 평양을 찾기 전까지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전격 취소되는 등 북미 정상의 만남이 다시 가능할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을 잇따라 열면서 북미 간 '다리 놓기'에 나섰고, 결국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다시 성사돼 꼬였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양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북한과 미국 사이를 오가며 흘린 문 대통령의 '땀방울'이 북미 양측을 움직여 협상을 제궤도에 올려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종전선언' 로드맵 역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북미정상회담의 '이른 개최'에 공감대가 이뤄진 것은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의 간극도 좁혀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볼 수도 있어 한층 주목된다.

윤 수석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도 (김 위원장과)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의 '선(先) 핵리스트 신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을 뿐, 상응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왔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방미에서 강조한 '미국의 속도감 있는 상응조치' 주장이 북미 간에서도 주요 의제로 올랐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당시 문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상응조치로 제재완화·종전선언·인도적 지원·연락사무소 설치·경제시찰단 상호 방문을 제안하며 미국의 실천을 촉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김 위원장과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에서도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 중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있었다"는 대목 역시, 평양공동선언에 나온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전문가들 참관하에 영구 폐기하기로 했다'는 부분을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전격 평양행으로 채택된 '평양공동선언'의 비핵화 방법론이 북미 간에 진지하게 검토됐다는 추론에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핵화 방법론은 물론 북미정상회담 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언급만 있었을 뿐, 구체적이고 명확한 결과는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세부 내용에 관한 협의와 합의는 북미 양측 실무협상단의 과제로 넘겨진 상황이다.

또 문 대통령이 목표로 삼은 연내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눈에 띄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일정이나 비핵화 방법론을 대략적으로라도 문 대통령과 공유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다 하더라도 북미 협상이 한창인 지금 단계에서 외부에 공표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든 관계없이,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후 곧장 문 대통령을 찾은 것만 봐도 이후 북미 간 협상에서 문 대통령이 계속 중재역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감사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며 "문 대통령과 한국이 여기에 오기까지 상당히 많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역시 "2차 미북정상회담이 열려 큰 성공을 거두길 희망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향후 북미간 협상을 지켜보면서 언제든 다시 무대 전면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로이터제공]

honeybee@yna.co.kr, hys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