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없이 사표 수리된 '고소장 위조 검사' 2년만에 기소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고소장을 분실하자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위조해놓고도 징계 없이 사표가 수리돼 논란을 일으킨 전직 검사가 2년여 만에 공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검은 최근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죄로 전직 검사 A(36·여)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 회장의 딸이자 촉망받는 여검사였던 A씨는 2015년 12월 부산지검에 근무하면서 검사로서는 저지르지 말아야 할 실수를 저질렀다.
고소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한 것이다.
흔치 않은 일이지만 고소장을 분실하면 고소인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다시 고소장을 받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A씨는 고소인이 이전에 제출한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하고, 실무관을 시켜 고소장 표지를 만든 뒤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하는 방법으로 은폐했다.
A씨는 위조된 고소장을 바탕으로 각하 처분을 내리고 상부 결재까지 받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고소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A씨는 2016년 6월 고소장 분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부산지검은 감찰하거나 징계위원회를 열어 고소장 분실 경위와 고의성 여부, 위조 이유 등을 조사하기는커녕 A씨가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해 의원면직했다.
당시 부산지검 측은 "단순한 실수라 중징계 사안은 아니었고 사직서를 내는 것으로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한 것은 변호사 등록을 고려해 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과 함께 A씨가 당시 대형 법무법인 출신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 회장의 딸이라는 배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A씨 사건은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2016년 8월 A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3개월 뒤 부산지검으로 넘겨진 A씨 사건은 진전이 없었다.
다시 서울서부지검으로 사건이 이관됐다가 올해 1월 다시 부산지검으로 재이송된 뒤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부산지검은 지난 몇 개월간 A씨와 실무관 등 사건 관련자를 모두 조사하고 부장검사 전원이 참석하는 부장검사회의를 열어 논의한 끝에 A씨를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부산지검 관계자는 "A씨 집은 서울, 근무지는 부산이어서 사건 이송이 거듭된 점이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검사를 그만둔 뒤 변호사 활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상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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