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37세 바리톤 사제의 하모니…"한 무대 기뻐"

입력 2018-10-01 17:14
77세-37세 바리톤 사제의 하모니…"한 무대 기뻐"

김성길 & 이응광, 예술의전당서 가곡 콘서트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노래한 지 60년이 넘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다양한 곡을 보여드리려 노력 중입니다. 매일 연습하고 있습니다."(김성길)

"은사님으로 모신 성악계 거목 선배님과 한 무대에 오르게 돼 영광입니다. 작년 한국에 돌아온 이후 많은 무대에 올랐는데 이번 콘서트가 가장 중요하게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이응광)

바리톤 김성길(77)과 이응광(37)이 40세 나이 차를 뛰어넘는 하모니를 선보인다.

사제 간인 김성길과 이응광은 오는 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영미가곡과 한국가곡을 엮은 프로그램으로 합동 무대를 연다.

1일 서울 종로구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들은 "한 무대에 서게 돼 기쁘다"며 "실망하게 하지 않는 무대를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같이 밝혔다.

한국 성악계 선구자로 불리는 김성길과 주목받는 차세대 성악가인 이응광의 결합으로 주목받는 이번 공연은 '젊은이와 사랑'(Youth & Love)을 부제로 걸었다.

공연 주최 측인 봄아트프로젝트는 "젊음, 젊은이로 대변되는 이응광의 열정, 그런 그를 바라보는 스승의 진심 어린 애정, 예술과 삶에 대한 깊은 사랑을 의미하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김성길은 서울대 음대와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하고 미국 메트로폴리탄(1970), 볼티모어(1971), 리더크란츠(1972), 영 콘서트 아티스트 길드(1972) 등에서 우승하며 한국 성악을 세계에 알린 선구자 중 한 명이다.

국내외 오페라에서 주역으로 활약했으며 서울대 음대 교수, 국립오페라단 단원 및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도 종종 무대 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한다.

서울대 음대 및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이응광은 스위스 바젤 오페라 하우스 최초 동양인 전속 주역 가수로 입단해 주목받았다.



이들의 인연은 이응광의 서울대 음악대학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3 때 들은 한국가곡 음반에서 선생님 목소리를 처음 들었어요. 이런 바리톤이 되고 싶고, 이런 발성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서울대에 입학했을 정도로 제게 큰 영향을 미친 분입니다. 학부 시절엔 선생님께 배우지 못했지만, 대학원 시절 선생님이 저를 제자로 받아주셔서 정말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술 한 병을 들고 선생님을 찾아갔을 정도로 감사했어요."

이후 김성길은 이응광이 콩쿠르 수상자들만이 주로 참여할 수 있던 해외 마스터 클래스 등을 수강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응광은 그러한 지원에 힘입어 독일 알렉산더 지라르디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콩쿠르 우승으로 병역 면제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김성길은 연신 제자를 흐뭇한 눈으로 쳐다봤다. "1974년에 서울대에 온 이후 정년을 맞을 때까지 여러 제자를 만났죠. 그중에서도 이응광은 제가 아주 사랑하는 제자 중 한 명입니다. 음악적 감성과 표현력이 좋습니다. 쾌활하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자신감을 갖고 연주 생활을 해 나가는 것을 보면 참 대견합니다."

이들은 이번 연주회 1부에서는 영미 가곡을, 2부에서는 한국가곡을 위주로 선보인다.

영국 가곡과 미국 가곡은 독일을 비롯한 중부 유럽 가곡과는 다른 독창성과 민속적 멜로디를 지닌다.

김성길은 코플랜드의 대표 성악 작품집인 '올드 아메리칸 송스'(Old American Songs)에서 발췌한 5곡과 아일랜드 민요 '오 대니 보이', 한국가곡 '사공의 노래', '대관령' 등을 부른다.

이응광은 랄프 본 윌리엄스 '여행자의 노래'를 시작으로 '그리움의 아리랑'까지를 부른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무대로 공연 대미가 장식된다.

40년 세월을 넘어선 이번 무대가 가능한 것은 이들이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공통분모로 갖고 있기 때문일 터다.

"김성길 선생님은 학생 시절 처음 뵌 그 날부터 지금까지도 늘 음악 이야기만 하세요. 집에 가도 늘 오페라가 틀어져 있고요. 선생님의 열정은 저 같은 젊은 성악가도 따라갈 수 없죠. 이번 공연 제목의 '젊은이'란 단어는 사실 저보다는 선생님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이응광)

"이제 80세를 목전에 두니 가사를 외우기가 쉽지 않아요. 자꾸 깜빡깜빡합니다. 아침, 낮, 밤 할 것 없이 가사를 외우고 걱정하고 있어요. 그래도 읽고 또 읽다 보면 가사나 음악적 부분이 젊은 시절 보던 것과는 또 다르게 다가와요. 소리만 조금 더 잘 나면 독일 가곡 같은 것도 청중분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지요."(김성길)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