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 들인 완도항 요트 계류장 5년간 9번 파손…철거 목전

입력 2018-10-01 11:08
수정 2018-10-01 11:31
26억 들인 완도항 요트 계류장 5년간 9번 파손…철거 목전

부적합한 입지선정·부실시공·무책임한 행정의 합작품…관련자 책임 물어야

(완도=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남도가 '요트 마린 실크로드'를 조성한다며 준공한 완도항 요트 계류장이 5년 만에 철거 수순을 밟고 있다.

부적합한 입지 선정, 부실시공 등 행정 난맥상으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를 남기게 됐다.

1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와 완도군은 해마다 시설물 파손으로 복구공사가 이어지는 완도항 요트 계류장을 철거하기로 했다.

전남도 등은 지난달 초 해양수산부와 협의에서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

요트 계류장은 관리사무소 10억원, 계류 시설 16억원 등 모두 26억원을 들여 36피트급 요트 9척이 계류할 수 있는 규모로 2013년 11월 준공됐다.

그러나 바람과 풍랑에 취약한 시설은 모두 9차례 깨지고 갈라지고 부서졌다.

최근에도 지난 7∼8월 태풍 '쁘라삐룬', '솔릭' 등 영향으로 시설물이 아예 내려앉았다.

바람과 파도가 강해 요트 계류장이 들어서서 안 되는 곳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왔다.

애초 계류장은 완도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 인근에 조성될 계획이었지만 어업권 보상 등 문제로 장소가 바뀌었다.

전남도와 완도군은 더는 복구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시설을 철거하고 다른 장소에 계류장을 신설할 것을 건의했다.

철거가 결정된다면 기존 투입 예산을 날리는 것은 물론 철거 비용까지 추가로 들여야 할 형편이다.

공사 과정에서는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부실시공을 야기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감사 결과 전남도는 시공업체가 20%를 직접 시공해야 한다는 기준을 위반, 전체공사의 96%를 하도급 업체에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량골재를 쓰게 된 설계서를 따르지 않고 굵기가 경량 골재의 4∼5배에 달하는 일반 골재를 사용해 마리나 시설 곳곳에 허용 폭(0.3㎜)을 넘는 균열이 모두 139곳이나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책임한 행정과 부실시공에 따른 예산낭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전남도 관계자는 "해수부가 체계적으로 검토한다고 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철거 여부가 결정 나면 후속 조처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전남도가 요트 관광 시대를 겨냥해 추진 중인 요트 마린 실크로드 조성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전남도는 목포항, 완도항, 여수 웅천항, 영산강 주변 나주 영산포 등 4곳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23개 항에 845.8㎞에 달하는 요트 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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