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이아름, 음주운전하고도 대회 뛰려다 결국 출전 포기
논란 일자 '치료와 자숙' 이유로 월드그랑프리 불참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음주 운전을 해 형사처분을 받게 된 아시안게임 태권도 메달리스트 이아름(26·고양시청)이 국제대회에 참가하려다 논란이 일자 결국 출전을 포기했다.
17일 대한민국태권도협회에 따르면 이아름은 19일부터 사흘간 대만 타오위안에서 열리는 2018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이아름은 이번 대회 여자 57㎏급에 참가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협회를 통해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연맹에 전달된 이아름의 불참 사유는 '강직성 척추염 치료'다.
협회는 음주 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이아름의 월드그랑프리 참가 등록 사실이 지난 14일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같은 날 오후 늦게 세계연맹에 진단서 등을 첨부해 이아름의 대회 불참을 통보하고 추가적인 서류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월드그랑프리는 체급별 올림픽 자동출전권 획득을 위한 랭킹 포인트를 쌓을 수 있어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대회다.
초청을 받고도 부상 등의 정당한 사유 없이 참가하지 않으면 다음 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당한다.
협회는 "이아름이 대회에 불참하고 자숙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도 전했다.
이아름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57㎏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올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같은 체급 은메달을 따 대회 2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건 태권도 스타다.
하지만 지난달 면허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51%의 만취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됐고, 이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아름이 앓고 있다는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를 비롯한 여러 부위 관절에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하고 이후 뻣뻣하게 굳어가는 만성 질환이다.
특별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완치도 쉽지 않지만, 조기 진단과 함께 꾸준한 치료 및 관리를 하면 장기간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수단 출국 이틀 전, 그것도 논란이 일고 난 뒤 치료를 목적으로 대회 불참을 결정했다는 것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아름이 치료를 받기 시작한 것은 이미 몇 달 됐다.
이아름은 지난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다고 직접 방송 인터뷰에서 밝히고는 운동선수로서 극복 의지도 드러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태권도 경기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나서인 지난달 24일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김종기 태권도 대표팀 총감독도 병명은 알리지 않았지만, 이아름의 몸 상태를 언급했다.
김 감독은 "이아름이 약 두 달 전부터 가진 병이 있다. 평생을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 한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계속 주사를 맞으면서 경기를 해 우리 코치들을 눈물 나게 했다"고 말했다.
이런 몸 상태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아름의 모습에 팬들은 큰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되고 처벌을 기다리는 가운데서 대회까지 출전하려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은 그에게서 등을 올렸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태권도인으로서 품위를 훼손한 이아름에게 대회 출전을 허락한 태권도협회에도 큰 책임이 있다며 비난이 이어졌다.
이아름에게 국가대표선수촌 퇴촌, 협회 지원 없는 개인 자격으로 대회 참가 허용 등의 처분만 내렸던 협회는 뒤늦게 관련 규정에 따른 징계 검토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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