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초 인질범 1심서 징역 4년…"심신미약 인정 안 돼"
"죄질 좋지 않고 사회에도 불안감 안겨…엄벌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초등학교에 침입해 학생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6일 인질강요 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25)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낮에 보호와 양육의 장소인 초등학교에서 저항하기 어려운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흉기를 들이대는 등 범행을 했다"며 "그 수법과 위험성을 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와 가족만이 아니라 일반 가정과 사회에도 충격과 불안감을 줬고, 당시 극심한 공포를 느낀 피해자가 향후 성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도 받지 못하고 있어 책임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양씨는 지난 4월 2일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을 것처럼 꾸며 교무실에 들어간 뒤 학생 A(10)양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인질로 잡고 기자를 부르라며 위협하다가 경찰에 체포돼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양씨가 범행 당일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보훈처 통지를 받고 불만을 품어 범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양씨는 2013∼2014년 상근예비역 복무를 전후해 조현병 증세로 정신과 진료를 받아왔으며, 2015년 11월에는 '뇌전증(간질) 장애 4급'으로 복지카드를 발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양씨와 변호인은 이런 병력을 근거로 범행 당시 의사를 결정하거나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부족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서초구청의 계약직으로 장애 복지시설 모니터링 업무에 종사하는 등 나름대로 사회·직장생활을 영위했다"면서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건 직전 서초구청장에게 논리적 형식을 갖춘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고, 학교 보안관에게 거짓말을 하는 등 사정을 보면 사건 당시 인지 능력과 판단력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뇌전증은 간헐적 발작을 일으키는 병으로 그 자체로 의사결정에 문제를 초래하는 질환이 아니고, 발작이 일어나면 의식을 잃거나 신체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데, 범행이 이에 영향을 받았다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sncwoo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