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복무제·국방세·수익금 기부…" 병역특례 개선안 '봇물'
병무청·청와대 게시판에 아이디어 만발…국방부 등 대책 고심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아시안게임 이후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각종 개선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병무청 인터넷 등에는 병역특례제도가 병역의 가치인 공정성과 형평성을 훼손했다는 비판과 함께 개선안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병역특례 개선 청원이 350건을 넘었고, 군 면제에 대한 글도 950건을 돌파하는 등 국민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자를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예술·체육인들에 대한 특례제도 개선 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전담팀(TF)을 구성했다. 이 TF는 예술계와 체육계 의견을 수렴해 병무청, 국회 등 관계기관과의 논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와 병무청은 아직 TF 구성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대체복무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실무단이 가동되고 있다"면서 "이 실무단에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제 개선 문제까지 다룰지 내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병역 주무부처들이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국민 여론은 훨씬 앞서가고 있다.
분할복무제 도입, 특례기간 수익금 일부 기부, 문화훈장 3등급 이상자 특례 부여 등 이색 아이디어들이 제시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운동선수들이 복무 기간 번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토록 하자는 주장이 올라왔다.
예를 들어 특례 혜택을 받은 야구선수의 연봉이 10억 원이면 적어도 80% 정도는 사회에 환원해 열악한 유소년 야구 발전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병무청 인터넷에도 이와 유사한 제안이 올라왔다.
특례 복무 기간 번 수익금에서 일정액을 국가에 납부해 군 복무하는 장병 복지지원 기금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이 기금으로 제대하는 군인의 사회적응 지원과 휴가비 지원 등 장병 복지에 쓰자는 것이다.
이 제안자는 "국익을 위해서 받는 병역특례지만 병역 특례기간 사회에서 벌어들인 수입금 일부를 국가에 납부해 군 복무 장병을 위해 사용하면 국민적 이해와 융합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원자는 "스포츠 선수의 병역기간 동안 대한민국과 프로팀이 계약해 선수의 연봉을 국가가 받고 일반 병사와 같은 월급을 주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특례 복무 기간 일종의 '국방세' 형식으로 기부금을 걷자는 의견도 이와 유사하다. 최저 임금액을 초과하는 수입이 발생할 때 월 10만∼20만 원 정도를 국방세 명목으로 걷어 이를 병사들을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안들은 신성한 병역의무를 돈으로 때운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또 프로선수의 경우 비시즌에 복무토록 하는 '분할복무제'를 검토해볼 만하다는 이색 주장도 올라왔다.
즉 프로선수의 경우 시즌이 끝난 후 4∼6개월가량 비시즌이 있는데 이 기간을 이용해 복무토록 하자는 제안이다. 프로선수가 아닌 일반 선수들도 기량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자신이 선택해서 복무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이럴 경우 대상자가 띄엄띄엄 복무하게 되어 부대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수 있고,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는 단점도 있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모든 선수에게 태릉 선수촌 합숙 등 훈련 시간을 환산해 복무 기간에 반영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 청원자는 "국가대표로 선발된 모든 선수는 어찌 보면 병역의무보다 더한 훈련과 합숙훈련을 받고 있다"면서 "그 자체가 국가를 위해 충분한 의무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제기되는 '병역 마일리지'와 유사한 것으로 검토해볼 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각종 대회 입상성적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일정 점수 이상 되는 자에게 특례편입 자격을 부여하는 마일리지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문화훈장 3등급 이상을 받은 사람도 특례 범위에 포함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문화 향상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 수여하는 훈장으로 5등급이 있다.
이 경우 K팝 가수 등 대중음악인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인도 특례 대상이 될 수 있어 형평성 논란도 가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민이 제시하는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그런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면서 "국민 여론이나 대한체육회 등 관련 단체들의 입장도 들어보고 그런 것을 토대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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