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부표 잡고 버텨"…66㎞ 표류하다 20시간 만에 극적 구조(종합)

입력 2018-08-31 16:05
수정 2018-08-31 16:08
"밤새 부표 잡고 버텨"…66㎞ 표류하다 20시간 만에 극적 구조(종합)

다이빙슈트 착용하고 파도와 사투 벌이다 어선 발견해 구조 요청

"레저 활동 해경에 신고 필수…표류시 조류 타며 구조 기다려야"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 앞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에 나섰다가 실종된 40대 남성이 강한 조류에 떠내려가 66㎞를 표류한 후 극적으로 발견한 바다 위 부표를 잡고 버티다 인근을 지나던 어선에 의해 20시간 만에 구조됐다.

당시 해수온이 낮지 않았고 다이빙 슈트 덕분에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31일 부산해경과 구조된 진모(44) 씨 가족 등에 따르면 바다에 표류하던 진 씨는 밤새 해상에 떠 있는 어구 부표를 붙잡고 강한 파도·조류와 사투를 벌이며 구조를 기다렸다.

진 씨는 구조를 기다리다 날이 밝은 후 인근을 지나던 어선을 발견하고 직접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씨의 아내는 "남편이 다이빙 경력 10년 이상이라 오랜 시간 바다 위에서 잘 버틸 수 있었다"며 "구조 당시에도 직접 구조를 요청할 정도로 다행히 체력이 남아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조류에 떠밀려 가다 발견한 부표를 잡고 버티면서 구조될 때까지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 씨는 구조 당시 스스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을 유지한 상태였다.

고수온도 이 씨가 밤새 바다 위에서 버틸 수 있었던 요인 중에 하나다.

당시 수온은 25∼26도로 성인 남성이 다이빙 슈트 없이 24시간 정도 버틸 수 있는 온도였다.

수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지면 성인 남성의 경우 6시간을 채 버티기 힘들다.

이 씨는 착용하고 있던 다이빙 슈트 때문에 체온과 부력을 유지한 채 바다에 떠 있을 수 있었다.

다이빙 전문가들은 원거리 레저 활동 전 해경에 신고해야 하고 안전수칙을 지키며 날씨를 고려해 안전한 다이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해양경찰서 제공]

사고를 당한 이들은 사전에 해경에 신고하지 않고 다이빙을 하다 뒤늦게 보트로 돌아오지 않은 것을 파악한 진 씨의 13살 아들이 어머니를 통해 해경에 신고했다.

다이빙 자격증을 보유한 진 씨의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다이빙하러 갔다가 날씨가 좋지 않아 보트에 혼자 남아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진 씨는 기상이 좋지 않아 수면위로 올라와 보트를 찾으러 홀로 이동하다 표류했다.

다이빙 전문가 A(38) 씨는 "국내는 조류와 파도가 거세 보트 다이빙을 할 경우 선원이 꼭 있어야 하며 수면 신호기구와 하강·상승 시 라인 등을 갖춰야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며 "무리하게 조류를 거슬러 보트를 찾기보다 조류를 타고 이동하며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석 부산해경 구조대장은 "해상 기상을 잘 살핀 후 계획에 맞춰 다이빙해야 하며 원거리 해양레저 활동 시에 꼭 해경에 미리 신고해야 비상상황 시 구조시간이 단축된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오전 11시께 부산 사하구 다대동 남형제도 인근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진 씨와 이모(44) 씨가 실종된 뒤 이 씨는 같은 날 오후 4시 30분께, 진 씨는 다음날 오전 7시 30분께 구조됐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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