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 '나 홀로 훨훨'…증시 폭등에 투자 밀물

입력 2018-08-28 15:23
인도 경제 '나 홀로 훨훨'…증시 폭등에 투자 밀물

경제개혁 드라이브 가시화…정치 안정으로 신흥국 자금 몰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잠자던 코끼리가 뛰기 시작했다.

인도 경제가 글로벌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 우려 속에서 나 홀로 질주하고 있어 화제다.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국내외 기업은 앞다퉈 투자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다.

경제성장률은 내년에도 7%를 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리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인도 경제지 파이낸셜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뭄바이 증시 센섹스(SENSEX) 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38,920.14를 찍어 역대 최고치를 다시 기록했다.

50대 우량 기업주로 구성된 니프티(NIFTY) 지수도 장 초반 역대 최고치인 11,757.20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 34,000선에 머물렀던 센섹스 지수는 올해 들어 여러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급등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하순과 이달 초 21거래일 동안 15차례나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증시가 뜨거웠다.

최근 터키발 금융위기 우려로 잠시 주춤하더니 다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현지 이코노믹타임스는 인도 경제의 고공 성장 전망, 루피화 가치 회복세, 외국인 투자증가 등이 증시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도의 각종 지표는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 인도의 여러 경제 지표를 소개하며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라는 용어를 동원했다.

야성적 충동은 영국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활용한 개념이다.

인간의 비경제적 본성도 경제를 움직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최근 인도 경제 분위기가 이성적 상황을 넘어설 정도로 뜨겁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인도의 7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고, 같은 달 자동차 생산도 전년보다 8% 늘어날 정도로 수출과 내수 모두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은행 이자율이 오르고 있음에도 (투자 등을 위한) 은행 대출 수요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익스프레스가 시장조사기관 이크라의 보고서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인도 내 기업어음(CP) 발행 규모는 2분기 4조9천200억루피(약 78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이낸셜 익스프레스는 "이는 작년 동기보다 49%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 규모도 증가했다.

비즈니스 스탠더드는 올해 2분기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127억5천만달러(약 14조2천억원)로 전년보다 23% 늘었다고 보도했다.

분야별로는 서비스 투자가 24억3천만달러(약 2조7천억원)로 가장 많았으며, 나라 중에서는 싱가포르의 투자액이 65억2천만달러(약 7조2천500억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가 2019년 3월에 끝나는 이번 회계연도에 7.3%, 그다음 해에는 7.5% 성장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IMF는 인도 경제를 '달리기 시작한 코끼리'로 묘사했다.

인도 국가응용경제연구위원회(NCAER)도 인도의 이번 회계연도 경제성장률이 7.4%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고 이코노믹타임스는 전했다.



인도 경제가 최근 이처럼 활기를 띠는 것은 2014년 출범한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경제개혁 드라이브가 가시적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도는 2016년 말 화폐개혁에 이어 지난해에는 주별로 달랐던 부가가치세를 전국적인 상품서비스세(GST)로 통합했다.

또 신규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를 확대 허용했다.

IMF도 최근 보고서에서 모디 총리의 경제개혁을 높게 평가했다.

아울러 인도 정치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점도 경기 활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 불안에 금융 시장 혼란까지 겹친 터키, 아르헨티나나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과 달리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의 정치 상황은 상당히 단단한 편이다. 다른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인도로 흘러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최근 루피화 약세와 미국·중국 무역전쟁이 인도산 제품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는 "루피화 약세는 인도산 섬유 수출세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정부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은 미국산 수입제품에 대해 관세를 높였다"며 "포도, 면 제품, 화학 등 적어도 100개의 인도 제품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산을 대체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인도는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차, 3차 산업에 비해 제조업 기반과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점은 성장의 걸림돌로 제기된다.

최근에는 투자 쏠림이 심해지면서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루피화 약세로 원유 수입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무역 수지와 물가에 부담이다.

라닐 살가도 IMF 부국장은 인도가 8% 이상의 성장을 달성하려면 더욱 실질적인 경제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는 성장 잠재력이 엄청나다"면서 "다만 추가 성장의 열쇠는 지속적인 구조개혁"이라고 말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