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디지털시대 발명품 아니다…냉전때 흑색선전에 이용"
옛 소련 정보기관 "에이즈는 美생물학무기" 주장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최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하는 '가짜뉴스'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비롯한 기업과 각국 정부의 골칫거리로 떠올랐지만, 이는 과거부터 애용되던 흑색선전 도구였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22일(현지시간) "가짜뉴스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발명품이 아니다"라며 냉전 시대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허위정보 유포 등 '가짜뉴스'의 역사를 조명했다.
이와 관련, 역사학자 더글러스 셀비지는 몇 년 전 옛 소련이 어떻게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퍼뜨리는지를 보여주는 문건을 발견했다.
그것은 옛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의 전보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가 미국의 생물학무기라는 옛 소련과 그 동맹국들의 유언비어 선전 계획을 개략적으로 담고 있었다.
옛 소련은 냉전 시기 사람들의 기존 믿음과 두려움을 굳어지게 만들고, 미국인 사이에서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허위정보를 이용했다고 셀비지는 설명했다.
NPR은 이는 2016년 미국 대선 때 러시아와 연계된 집단이 페이스북을 분열을 조장하는 가짜뉴스와 광고를 퍼뜨리는 장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셀비지는 에이즈가 인간이 만든 것이라는 루머는 1986년 러시아 태생의 생물물리학자 제이컵 시걸의 보고서에도 담겼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 내용은 영국, 미국 등의 언론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이 과정에서 에이즈 피해가 큰 미국 흑인이나 동성애자 사회 등에서 "에이즈/동성애자 집단학살", "에이즈와 CIA 전쟁의 관련성" 등의 제목으로 재생산되면서 음모론으로 이어졌다고 셀비지는 소개했다.
그러나 NPR은 이러한 믿음을 음모론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완전히 타당한 것은 아니라면서, 과거에 인종차별과 소수자들에 대한 의료 위법행위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루머가 급속히 퍼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사회의학과학 교수 로버트 풀리러브는 "거기에는 이러한 설명을 더 믿을만한 것으로, 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더 그럴듯한 것으로 만드는 역사와 불신의 유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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