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 1년 위기의 로힝야족 아이들…'잃어버린 세대' 경고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017년 8월 25일 새벽 1시.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댄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의 경찰초소 24곳과 군 기지에 사제폭탄 등으로 무장한 괴한 수백 명이 기습 공격을 가했다.
군경 12명을 살해하고 무기 탈취를 시도한 괴한들은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핍박을 받아온 로힝야족을 돕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한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었다.
주류인 불교도와 소수인 이슬람교도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라카인주에서 반군이 발호하자, 미얀마군과 정부는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병력을 투입해 대대적인 반군 소탕전에 나섰다.
미얀마군은 반군 토벌을 빌미로 수많은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했고, 방화와 성폭행, 고문 등을 일삼으면서 난민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냈다는게 로힝야족의 주장이다.
그렇게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흘러든 난민은 70만 명. 기존에 국경을 넘어온 30만 명을 포함해 100만 명에 달하는 로힝야족은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인근에 세계 최대의 난민촌을 형성한 채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난민들은 시민권과 신변안전을 미얀마 귀환의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미얀마 당국은 난민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시민권 요구에는 귀를 닫고 있다.
최소한의 구호품에 의존해 연명하며 각종 질병과 재난에 직면한 로힝야족 난민 중에는 무려 38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전란 중에 부모를 잃은 고아다. 난민촌에서 비참한 삶을 이어가는 아이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미얀마에서 이주해온 난민이 자국 영토에 영구적으로 정착할 것을 우려한 방글라데시 정부가 난민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구호 단체들이 3∼14세 난민 아동을 위한 학습 센터를 열었지만, 혜택을 받는 아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난민촌에서 횡행하는 성폭행과 인신매매를 두려워하는 로힝야족 소녀들은 배고픔과 질병을 참고 견디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에 남은 로힝야족 아이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군과 반군의 유혈 충돌 이후 미얀마 정부가 구호 단체의 현장 접근을 차단하면서 미얀마 내 로힝야족 아이들은 기본적인 구호품 공급도 받지 못한다. 교육은 꿈도 꾸지 못한다.
유엔은 이처럼 1년 가까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절망에 빠진 채 비참을 삶을 사는 아이들이 정체성 혼란 속에 불만을 가득 품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앨라스테어 로슨-탠크리드 유니세프 대변인은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는 잃어버린 세대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조만간 불만을 가득 품은 수많은 청년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니세프 방글라데시 대표인 에두아르드 베이그베더도 "14만명의 아이들이 비공식 교육센터에 다니지만 하루 2시간 밖에 교육을 받지 못하며 사람도 너무 많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걷힌 교육 재원은 유니세프가 산정한 교육 예산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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