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북한 투자 길라잡이' 천용수 호주 코스트그룹 회장

입력 2018-08-21 11:46
[사람들] '북한 투자 길라잡이' 천용수 호주 코스트그룹 회장

7월 방북해 조선대외경제투자협력委와 '조선투자자문회사' 설립 합의

"북한, 모든 분야서 경제활성화 노력중…이제 안전하게 투자하세요"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1993년 평양에 업무용 건물을 지은 인물', '1995년 북한 최초의 합영회사를 세운 투자가'. 천용수(65) 호주 코스트그룹 회장을 칭하는 말이다. 그런 그에게 '외국인 최초 북한 투자자문회사 설립'이라는 이력이 추가됐다.

천 회장은 지난 7월 17일 북한 평양에서 조선대외경제투자협력위원회와 '조선투자자문회사'(영문명: DPRK Investment Consulting) 설립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북한으로부터 대(對) 북한 무역 및 투자의 유일한 창구로 지정받은 것이다.

그는 21일 오후 법인 설립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하기 앞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북한에 투자하는 모든 기업은 조선대외경제투자협력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우리 회사를 통하면 바로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 회장은 이어 "합의서에 따라 앞으로 서울과 평양, 중국 베이징과 선양, 미국 LA와 뉴욕, 일본 도쿄에 투자유치를 위한 법인을 세울 예정"이라며 "이미 중국과 호주의 2개 회사와 대규모 투자유치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선투자자문회사 설립은 천 회장이 26년간 뚝심과 끈기로 펼친 대북사업의 성과로 볼 수 있다. 그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중국 5개, 영국 2개 컨설팅 회사와 경쟁해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으로부터 신뢰가 두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1983년 호주에 이민해 퍼스에서 선박 납품업과 자원 재활용업, 무역업 등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코스트 타이어, 그린 리사이클링, 화장품 총판회사인 미샤, IT 회사인 액심텍 등 4개 회사를 경영하며 연 매출 2억4천만 달러를 올리고 있다.

천 회장은 호주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1992년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를 제외하고 재외동포 사업가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이듬해 평양에 업무용 건물을 지었고, 2년 뒤 북한 정부와 50대 50의 조건으로 평양에 합영회사(종합상사)를 세웠다.

현재 직원 2천여 명이 근무하는 이 회사는 폴리우레탄(스펀지)·세탁비누·가발 공장 등을 세워 운영하고, 단천 마그네사이트·철광석·카리장석 광산 개발에 직접 투자했다. 또 오랫동안 정유와 중고 중장비, 생필품(설탕·콩기름·조미료 등) 등을 수입해 유통했지만 지난해 유엔 제재 이후 중단된 상태다,

천 회장은 2004년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원 162명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해 재외동포 기업 첫 평양 무역상담회를 열기도 했다. 2006∼2008년 월드옥타 제14대 회장을 지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07년 북한 노력훈장(경제부문), 2008년 수출의 날 산업동탑훈장, 2012년 북한 국기 2급 훈장 등 남북한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지금까지 북한을 210회 방문했어요. 한번 갈 때마다 1주일 이상 체류했으니 최소 1천500일 정도 북한에서 살았다고 봐야죠. 솔직히 북한의 투자환경에 대해 저만큼 많이 아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제가 경험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투자자문회사를 잘 이끌어갈 계획입니다.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길라잡이', '나침반' 역할을 하겠습니다."

천 회장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북한 투자에도 호재가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민족에게 기적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로 최근 상황을 대변한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일시적으로 풀리는 것이 아니고 항구적일 것이기에 대북사업에 대한 인식도 360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북한 주민들은 한결같이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로 모든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죠. 저는 투자 컨설팅을 제대로 해서 그들의 바람대로 경제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했으면 합니다. 많은 투자자가 북한에서 기회를 찾았으면 해요. 특히 재외동포들이 나서준다면 좋겠지요. 북한과의 사업은 마치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천 회장은 북한을 '공동 번영해야 하는 파트너'로 바라봐야 한다고 한국인들에게 주문한다. 그러면서 "북한에도 컴퓨터 사용이 보편화했고, 평양에 24시간 전기공급이 이뤄지며 통신도 원활하다"고 상황을 전한 뒤 "대부분의 북한 사람은 매우 성실하며 생산성이 높고, 고급 노동력 또한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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