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북한 첫 金' 리성금 "응원, 감개무량합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야, 네가 호랑이를 잡았구나"라는 북한 관계자의 말에 리성금(22)이 배시시 웃었다.
부상 탓에 걷는 것도 다소 불편했지만, 금메달이 준 기쁨으로 통증을 잊은 듯했다.
리성금은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지엑스포)에서 열린 여자 역도 48㎏급 결선에서 인상 87㎏, 용상 112㎏, 합계 199㎏을 들어 우승했다.
용상 2차 시기에서 117㎏을 들려다 허리와 다리 쪽에 통증을 느꼈지만, 리성금은 "일 없습니다. 괜찮습니다"라고 부상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시상식 가장 위에 선 리성금을 바라보던 북한 역도 코치는 "쟤 꽤 아플 텐데"라고 했다. 실제로 리성금은 경기 뒤 허리와 허벅지를 치료했다.
리성금은 2014년 세계주니어역도선수권에서 용상 세계 주니어 기록을 세우며 주목받았다. 2015년 세계주니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뒤, 곧바로 성인 무대에 데뷔해 그해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에서 4위를 차지하며 '북한 여자 역도 경량급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타이베이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리성금은 올림픽, 세계선수권과 격차가 크지 않은 아시안게임 무대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익숙하지 않은 건 시상식 분위기뿐이다.
인공기를 어깨 뒤로 두르고 시상대로 올라선 리성금은 주변을 돌아보고 "성금아"라고 외치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북한 국가가 울릴 때는 미소를 짓다가 이내 울먹이기도 했다.
처음 국제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한 북한 역도 선수들은 한국 취재진은 물론 국외 취재진과의 인터뷰도 꺼린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대외 정책에 큰 변화를 보이기 때문인지, 리성금은 국내 취재진과의 믹스트존 인터뷰를 거부하지 않았다.
리성금은 "이번 대회에서 북한 첫 금메달을 따 대단히 기쁘다"며 "열심히 준비 했는데 좋은 순위가 나왔다. 기록은 아주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남북이 모두 응원했다"는 말에는 "감개무량합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질문이 이어지자 리성금 옆을 지키는 북한 코치가 "지금 도핑 테스트를 받아야 해서 여기까지만 하자. (메달리스트 인터뷰를) 따로 할지는 모르겠다. 도핑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까"라고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리성금은 공식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아직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리성금은 "지금 가장 생각나는 분은 경애하는 (김정은) 최고 사령관 동지다"라고 말했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