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올림픽때 서머타임 검토에 반대여론…"전체주의 발상"

입력 2018-08-13 11:35
日 도쿄올림픽때 서머타임 검토에 반대여론…"전체주의 발상"

IT업계 "시간 재설정에 수조원" 반발…의료·노동계도 "건강피해" 반대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내각과 여당 자민당이 2020년 도쿄(東京) 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서머타임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이 커지고 있다.

13일 마이니치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서머타임제 추진에 가장 난색을 표하고 있는 쪽은 정보기술(IT) 업계다.

우에하라 데쓰타로(上原哲太郞)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마이니치에 "일본은 고도의 IT사회로, 시각이 포함된 정보시스템을 가진 컴퓨터가 널리 퍼져 있다"며 "서머타임이 도입되면 소프트웨어의 시간을 재설정해야 하니 수천억엔(수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림픽까지 서머타임을 도입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생각이 아니다. 절망적인 기분이다"며 "국민들은 가정용 기기를 수정하고 다시 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서머타임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노동계도 따가운 시선을 보이고 있다.

서머타임의 도입이 수면부족과 시간외 근로 증가로 이어져 건강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8년 전 통계이긴 하지만 일본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434분으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수준이다. 서구 국가보다 30분 가량 짧다.

일본수면학회 이사로, 의사인 미시마 가즈오(三島和夫) 씨는 "교통사고와 심근경색의 증가 등 부정적인 측면이 나올 것이 명확하다"고 우려했다.

변호사 단체인 일본노동변호단의 산나이 가즈히로(山內一浩) 변호사는 "노동 시간은 지금도 충분히 길다. 추가근무를 어떻게 규제할지 정하지 않고 서머타임을 도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으로는 서머타임 도입이 현 정권의 전체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올림픽을 국가주의를 높이는데 활용하려는 아베 정권의 야욕과 서머타임 도입이 같은 연장선 안에 있다는 것이다.

근현대사 연구자인 쓰지타 마사노리 씨는 "시간을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권력자의 발상 그 자체다"며 "이런 발상의 전형은 북한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정권의 서머타임 도입 추진을 북한이 2015년 표준시를 30분 늦췄다가 지난 5월 이를 폐지한 것에 빗댄 것이다.

그는 "서머타임을 시행하면 스포츠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도 모두 올림픽에 휩쓸리게 된다"며 "올림픽에 대한 무관심과 불참가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국가총동원령'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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