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피할 수 있다면'…지자체 폭염과의 전쟁 묘안 봇물

입력 2018-08-04 07:17
'무더위 피할 수 있다면'…지자체 폭염과의 전쟁 묘안 봇물

버스정류장에 대형얼음·에어커튼, 냉방 셔틀버스·안부 전화 캠페인 등



(전국종합=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낮 최고 기온이 38도를 넘어선 3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한 시내버스 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대형얼음을 만지며 무더위를 식혔다.

시민들은 들고 있던 부채를 놓고 얼음 위에 두 손을 올려놓은 채 함박웃음을 지었다.

땀에 흠뻑 젖은 손수건을 얼음 위에 잠시 올려놓았다가 얼굴을 닦기도 했다.

시민 김모(67·여)씨는 "가만히 있어도 너무 더운데 얼음 위에 손을 올려놓으니 가슴까지 시원해진다"며 "얼음을 갖다 놓은 게 누구인지 모르지만 정말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40㎏짜리 이 대형얼음은 계속되는 폭염이 시민 건강을 위협하자 동남구 등 천안시가 지난 1일부터 주민들을 위해 비치한 것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버스정류장과 전통시장 주변 등 천안지역 8곳에 하루에 한 번씩 대형얼음을 가져다 놓는다.

매일 오전 11시께 얼음을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되고, 낮 동안 얼음이 녹기 때문에 수거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없다.

천안시 관계자는 "버스정류장 등에 얼음을 가져다 놓으니 시민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20일 동안 얼음을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약 320만원이면 해결돼 예산도 많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전국 자치단체가 주민들이 더위를 잠시나마 피할 수 있는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도로 위에 물을 뿌리거나 쪽방촌을 찾아가 선풍기를 전달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다.

전북 전주시는 땡볕 속 시민의 교통·보행 편의를 돕기 위해 정류장과 교차로, 횡단보도 등에 에어커튼과 그늘막을 설치했다.

에어커튼은 정류장 위 천장 쪽에서 아래로 내려 뿜는 에어컨 바람으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잠시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전주시는 올해 처음 한옥마을과 남부시장 등 20여 곳의 정류장에 에어커튼을 설치했다.

시민 반응이 좋으면 내년에는 확대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시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시청과 구청은 물론 보건소도 개방했다.

시는 경로당 중심으로 지정한 무더위 쉼터를 시청 20층, 구청 민원실, 보건소 등으로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오후 9시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 도로와 쪽방촌 등 폭염 취약 거주지역에 대한 살수 작업과 함께 특별교부세를 투입해 그늘막도 확대 설치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냉방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지역도 있다.



인천시는 쪽방촌과 쉼터, 쪽방촌과 주민센터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낮 기온이 40도 가까이 오르는 한낮에 창문 하나 없는 쪽방촌에 있기보다는 에어컨이 설치된 무더위 쉼터나 주민센터에서 낮을 보낼 수 있도록 한 배려다.

특히 무더위 쉼터를 설치해도 이동하는 데 오래 걸린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부산시도 시민들이 온열 질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23인승 버스를 임대해 교통불편 지역을 운행하고 있다.

광주시에서는 온열 질환에 취약한 노인 보호를 위해 '부모님 안부 묻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노인 온열 질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자녀가 직접 부모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야외활동 자제를 권고하는 내용이다.

광주시는 안부 묻기 캠페인을 시와 자치구 홈페이지, 전광판, 지하철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한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는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시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며 "모든 국민이 건강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