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세안에 '미국 빼고' 남중국해 군사훈련 제안(종합)

입력 2018-08-03 19:15
중국, 아세안에 '미국 빼고' 남중국해 군사훈련 제안(종합)

동남아 국가들, 중국 '남중국해 군사화'에 맞서 해양경비대 강화



(방콕·홍콩=연합뉴스) 김상훈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에 영유권 분쟁수역인 남중국해에서 연례 군사훈련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AFP통신이 3일 보도했다.

특히 중국은 군사훈련에 '외부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며 남중국해 항행자유를 주장하며 자국과 맞서온 미국을 겨냥했다.

통신이 입수한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초안에 따르면 중국은 10개 아세안 회원국과 공동 군사훈련 정례화를 제안했다.

다만, 중국은 이 군사훈련에서 '역외 국가'를 배제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호앙 티 하 연구원은 "역외국가 배제는 서태평양과 남중국해 수역을 지배해온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아세안에 군사훈련을 제안함으로써 중국은 아세안과 협력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외부세력이 남중국해 이슈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군사훈련 외에도 아세안에 남중국해 석유와 가스 공동 탐사도 제안하고 자원 탐사에도 역외국가에 속한 기업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싱가포르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부세력의 방해가 없다면 남중국해 행동준칙 협상이 속도를 낼 것"이라며 "아세안과 중국의 관계는 양적인 측면을 지나 질적으로도 도약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열린 아세안-중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중국과 영유권을 놓고 분쟁 중인 일부 아세안 회원국은 중국의 인공섬 구축 및 군사기지화에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베트남은 인공섬 구축과 군사기지화에 가장 격렬한 수준으로 저항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다만, 베트남을 제외한 다른 회원국들의 저항은 크지 않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자의적으로 획정한 9개 해상경계선인 '남해 9단선'(nine dash line)을 경계로 제시하면서 남중국해의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이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4개 아세안 회원국이 주장하는 영해와 겹쳐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은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제도 등에 인공섬을 만들고 군사기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군용 항공기가 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를 만들고 미사일까지 배치했다.

중국의 이 같은 남중국해 영향력 확대에 맞선 미국은 군함 등을 파견해 '항행 자유' 작전을 펼쳐왔으며, 이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동남아 국가들이 해양경비대 강화를 통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들은 해적이나 테러리스트, 범죄조직, 불법 조업 등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 외에 중국의 공세적인 남중국해 군사화에 맞서 해양경비대 병력을 강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해양경비대 강화는 군사적으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자국 영토와 어민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필리핀은 2013년 해안경비대에 14척의 선박과 2대의 수송기를 보강했으며, 2016년에는 14척의 선박을 추가로 보강했다.

말레이시아는 2013∼2014년 해양경비대에 신형 선박 105척을 보강했으며, 베트남은 8척의 해양경비함정을 40척으로 늘렸다. 인도네시아도 2005년 9척이었던 해양경비함정을 2016년 34척으로 늘렸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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