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한 달…버스 대란 피했으나 인력난 여전
'주 52시간 근무로 임금 감소→이직→교통대란' 우려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10명이 새로 들어오면 기존에 있던 10명이 빠져나가요. 운전기사가 늘어나야 법도 지키면서 노선도 유지하죠…"
이달부터 적용된 근로시간 단축 여파로 우려된 노선버스 대란은 피했으나 운수업체의 인력난은 여전하다.
31일 강원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 운전기사 수는 1천960명 수준이다.
평상시에도 170명가량이 부족했던데다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한 안정적인 노선을 유지하려면 400명가량이 추가로 필요하다.
다행히 탄력근무제 적용과 근로시간 단축 위반에 대한 처벌 6개월 유예로 현재까지 노선버스 폐지는 없었으나 이용객이 적은 일부 노선의 운행 횟수가 줄었다.
하루 11차례 오가던 춘천∼경기도 고양 간 시외버스가 이달 들어 7차례로 줄었고, 삼척∼서울 시외노선은 하루 7회에서 1회로 줄었다.
아직 큰 동요는 없는 분위기지만 운수업체들은 "내년이 큰 문제"라며 걱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업체에서는 운전기사를 모집하려고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데도 모집이 안 된다고 한다"며 "염려했던 일이 현실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도내 버스업계가 염려하는 일이란 주 52시간 근무로 인한 임금 감소, 임금 감소로 인한 이직, 그로 말미암은 비수익 노선 등 노선버스 폐지로 발생하는 교통대란이다.
도내 운수종사자의 임금은 수도권과 견줘 적게는 40만∼5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기 전에는 수도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추가 근로를 통해 비슷하게 맞추거나 조금 부족하더라도 수도권보다 낮은 물가에 만족하며 지냈다.
그러나 열악한 처우에 머지않아 기사 부족으로 인한 각종 문제나 갈등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도내에서만 800여 명이 필요하고, 2020년 7월까지는 1천200명이 추가로 필요한 실정이다.
강원고속 관계자는 "운전자 확보가 절실한데 지원자가 없다"며 "지금은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막막한 상황"이라고 했다.
도는 부족한 운전자 충원을 비롯해 농어촌 등 비수익 노선에 대한 재정지원과 버스요금 인상, 준공영제 확대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6월부터 '버스잡고'(Busjobgo.gwd.go.kr) 홈페이지를 구축, 버스업계 운전자 채용을 지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한국폴리텍대학과 함께 전국 최초로 운수종사자 인력 양성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2회차에 걸쳐 60명을 교육, 이 중 70%(38명) 취업이 목표다.
버스조합과 운수업체, 노동지청 등 관계기관과도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도 차원 종합대응계획도 마련 중이다.
반태연 강원도의원은 "버스 대란 해결책으로 준공영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당장 시급한 농어촌 버스노선부터 도입하고 확대해나간다면 인력유출도 막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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