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단속에 뿔난 런던 차이나타운, 대규모 파업 단행
"중국 이민자 무차별 단속에 주방장 부족사태" 항의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영국 정부의 강압적인 불법이민자 단속에 항의해 런던 차이나타운 식당가가 24일(현지시간) 대규모 파업을 단행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런던 차이나타운 100여 개 식당에서 일하는 식당 주방장과 종업원들이 이날 5시간 동안 식당 문을 닫고, 영국 정부의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집회와 가두행진을 벌인다.
이들은 "차이나타운은 런던의 주요한 관광 명소로, 차이나타운 구성원들은 존중받고 합당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민국의 공격적이고 차별적인 이민자 단속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차이나타운 상인들은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 영국 이민국 직원이 갑작스레 식당에 들어와 강압적인 이민자 단속을 벌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런던 차이나타운에서 일하는 한 종업원은 "영국 이민국 직원이 갑자기 가게로 들어와 손님과 종업원 모두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는 가게를 뒤졌다"며 "이런 식의 단속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에는 불법 이민자 단속을 하는 정부 직원과 중국인 노파가 충돌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차이나타운 주민들의 분노를 불러오기도 했다.
이 동영상에는 중국인 노파가 이민국 직원에게 단속을 항의하다가 길바닥에 드러눕는 모습과 이 노파를 이민국 차량이 칠뻔한 모습이 담겼다.
이 같은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차이나타운 식당 주방장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된 런던 차이나타운은 소규모 가족경영 형태를 고수하는데, 이민 2세대와 3세대로 내려갈수록 힘든 일을 기피해 식당 주방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2014년부터는 3만 파운드 이상의 수입이 가능한 직업임을 증명해야 이민을 받아주고 영어를 할 수 있어야 비자를 내주는 등 이민 정책이 엄격해져 중국인 주방장을 구하는 일은 더욱 어렵게 됐다.
조지프 우 런던 차이나타운 중국인협회(LCCA) 대변인은 "차이나타운 주민들과 영국 정부 간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 같은 강압적인 단속이 이뤄져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차이나타운에서 진행된 불법 이민자 단속은 모두 합법적으로 진행됐으며, 불법 입국한 사람들을 체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