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법원, 스코틀랜드의 '독자 EU 탈퇴법' 승인 여부 심리
스코틀랜드, 영국 의회와 별도로 EU 탈퇴법 제정
영국 정부, 1998년에 자치권 이양했지만, 농업 등 일부 정책만 해당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대법원이 브렉시트(Brexit) 이후 스코틀랜드에 어느 정도의 권한 이양을 허용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사건의 심리를 시작한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스코틀랜드 의회가 별도의 EU 탈퇴법을 제정할 권리가 없다며 영국 정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심리를 오는 24∼25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은 스코틀랜드에 자치권을 이양한 1998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영국이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통과된 입법안에 문제를 제기한 사례라고 FT는 전했다.
이번 대법원 심리는 스코틀랜드 의회가 별도 제정한 EU 탈퇴법의 효력 인정 여부에 관한 것이다.
EU 탈퇴법은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에 목적을 둔 입법안이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영국 정부의 EU 탈퇴법의 큰 틀에 반대하면서 독자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스코틀랜드의 EU 탈퇴법은 EU 기본권 헌장 인정 여부를 포함해 많은 부분에서 영국 정부의 EU 탈퇴법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국 의회는 지난달 EU 탈퇴법을 통과시켰다.
앞서 1997년 집권한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정부는 본격적으로 영국의 자치권 이양을 추진하면서 1998년 스코틀랜드법, 웨일스정부법, 북아일랜드법 등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스코틀랜드 의회는 외교, 국방, 재정·경제정책 등 영국 의회에 유보되지 않은 농업 및 어업, 환경 관련 정책 분야에서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동안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있던 만큼 스코틀랜드에 이양된 권한은 대부분 EU가 행사해왔다.
그러나 내년 3월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스코틀랜드의 자치권을 얼마만큼 인정할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내부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스코틀랜드에 위임된 권한 중 일부 영역에서는 영국 정부가 최종 승인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FT는 이번 사건에서 영국 대법원이 영국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 법적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지만, 권력 이양과 관련해 스코틀랜드의 불평과 분노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펌 '버샴 다이슨 벨'의 파트너인 데이비드 먼디는 "1998년 권력 이양은 영국이 EU를 떠나는 것을 상정하지 않은 완전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졌다"면서 이번 대법원 결정이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의 정책결정 최종 형태에 관해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사건의 최종 판결은 연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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