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중국 제조업체들, 美 관세위협 피해 동남아로 이전 검토"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리스크' 상쇄 위해 공장이전 고민"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가속하면서 미국의 관세위협을 피해 동남아 국가로 생산시설 이전을 고민하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다수의 중국 제조업체들이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달 초부터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처를 한 데 이어, 2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이르면 9월부터 관세 10%를 물리기로 하고 관세 부과 명단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광둥(廣東) 성에서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기업인들은 현존하는 미국의 관세 부담과 다가올 불확실성 때문에 중국 밖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계획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광둥 성에서 유아용 의류 공장을 운영하는 조 차우 홍콩 상공회의소 중소기업분과 회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간의 위기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리스크'를 상쇄하고자 동남아 국가로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지를 분석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우 회장은 아직 의류나 봉제 업종은 미중 무역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 않지만, 미국 구매자들이나 중국의 공급자들 모두 가을철 상품 주문 시즌에 앞서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미 ? 홍콩 공업총회(香港工業總會) 회장도 전자 업종의 경우 이미 생산시설의 동남아 이전이 진행 중이지만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다른 분야 제조업체들도 공급망을 재점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산시설의 동남아 이전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위험요소 또한 적지 않다는 게 중국 제조업체 경영자들의 고민이다.
미국 디즈니사 납품 인형 공장을 운영하는 치우 치훙 씨는 봉제 업종이 미국의 보복관세 리스트에 아직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해 초부터는 미국 세관의 '엄격한 테스트 요건'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장이전 가능성을 살펴보려고 오는 9월 다른 제조업체 운영자 30여 명과 함께 미얀마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치우 씨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바뀌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섣불리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했다가 미국의 관세 정책이 바뀌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다시 친구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동시에 두 곳에 공장을 운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 로펌인 베어커 앤드 매켄지에서 활동하는 무역전문가인 존 카우레이 씨는 새로운 곳에 생산시설을 세우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들은 환경과 노동 등 제품 수준과 관련한 광범위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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