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설공단 "미지급 수당 지연 이자는 못 줘" 소송
노조 "확정 판결 난 사안 소송 제기 이해 안 돼…적극 대처"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직원들에게 뒤늦게 지급한 수당에 대한 수억원의 이자를 물어내야 할 처지에 놓인 청주시 산하 공기업인 청주시설관리공단이 오히려 직원들을 대상으로 소송에 나섰다.
18일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은 이달 초 직원 170명을 대상으로 한 채무 부존재 소송을 청주지법에 제기했다. 뒤늦게 미지급 수당을 줬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에게 지연 이자까지 줄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공단 측이 직원들에게 수당을 제때 주지 않아 빚을 지게 된 것은 201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공단 직원들은 한권동 당시 공단 이사장을 상대로 2012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지급하지 않은 10억7천여만원의 법정 수당을 달라며 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같은 해 10월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고 원고·피고 모두 항소하지 않아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판결대로 10억7천여만원이 모두 지급됐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공단 측은 재판이 끝난 후 2개월 뒤인 2015년 12월 13개월치에 해당하는 4억4천800만 원만 지급했다. 당시 노조가 13개월치 수당 지급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노조 측은 작년 12월 '공단 측이 나머지 23개월치 수당 지급을 2년이나 미루고 있다'며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하자 공단 측은 지난 5월 부랴부랴 6억2천여만원을 지급했다.
임금은 전부 지급됐지만 지연 이자 문제는 남았다.
판결문에는 "해당 금액을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시돼 있는데, 공단 측이 직원들에게 주지 않았던 23개월치 임금에 대한 이자가 무려 3억6천700만원으로 늘었다.
이 공단을 관리·감독하는 청주시는 "미지급 이자가 지급되는 대로 변호사 자문을 거쳐 이사장을 포함, 이 사안 관련자 4명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공단 측은 돌연 소송을 제기했다. 지연 이자 3억6천여만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할 의무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 공단 관계자는 "노조가 2년 전 13개월치의 수당을, 작년 12월 나머지 23개월치 수당을 달라고 요구해 해당 금액을 지급한 것"이라며 "노조가 지연 이자를 달라고 청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전 노사가 13개월치의 수당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는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사 합의가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자료는 없다.
일각에서는 공단 측이 재판부의 조정 절차를 유도, 지급해야 할 금액을 일부 깎아 보려는 속셈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급해야 할 금액이 줄어야 이 사안에 책임이 있는 공단 전·현직 관계자들이 청주시에 물어내야 할 금액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미지급 수당 문제는 2년 전 확정 판결이 나와 이미 종결된 사안으로 공단 측은 지연 이자까지 지급해야 한다"며 "어떤 이유로든 채무 부존재 소송을 제기한 공단 측을 이해할 수 없으며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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