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제국' 새 사령탑에 '전자음악DJ 뱅커' 솔로몬(종합)
'월가 최장수' 블랭크파인 곧 퇴장…"금융위기 시대가 저물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새로운 사령탑을 공식화했다. 내년이면 창립 150주년을 맞는 골드만삭스는 JP모건과 함께 IB 업계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17일(현지시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데이비드 솔로몬(56)을 공식 지명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12년간 골드만삭스를 이끌면서 '월가 최장수 CEO'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 로이드 블랭크파인(64)은 오는 9월 30일 솔로몬에게 바통을 넘겨주게 된다. 블랭크파인의 이사회 의장직은 연말까지 유지된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말께 교체를 예상했지만, 승계절차가 다소 빨라진 모양새다.
블랭크파인의 후임 구도는 골드만삭스의 위상과 맞물려 전 세계 금융권의 관심을 모았다.
골드만삭스는 '월가의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행정부마다 골드만삭스와의 유착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솔로몬의 낙점에는 운도 따랐다.
'골드만삭스의 2인자'로 꼽혔던 게리 콘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후계구도가 짜였고, 솔로몬은 15개월간 치열한 후계경쟁 끝에 지휘봉을 넘겨받게 됐다.
솔로몬은 옛 베어스턴스를 거쳐 1999년 골드만삭스에 합류했다. 인수·합병(M&A)과 기업대출 부문에서 활약하면서 2006년 투자은행 부문 대표에 올랐다. 블랭크파인과 함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특한 취미로도 화제다.
'D-솔'이라는 가명으로 뉴욕과 마이애미의 클럽에서 전자음악 DJ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머니는 "골드만삭스의 차기 CEO는 파트타임 전자음악 DJ"라고 소개했다. BBC방송은 "골드만삭스가 디제잉 뱅커를 차기 수장으로 내세웠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솔로몬의 '데뷔' 못지않게 블랭크파인의 '퇴장'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블랭크파인은 금융위기 와중에도 독보적인 실적으로 골드만삭스의 순항을 이끌었다. 블랭크파인의 퇴장은 '금융위기 세대' 퇴장을 의미한다. 블랭크파인이 물러나게 되면서 이제 금융위기 시절 월가를 호령했던 CEO는 사실상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만 남게 됐다.
CNBC 방송은 "한 시대가 저물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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