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돈 줘도 물질은 해야" 고령해녀 안전대책 묘수는?
각종 안전책에도 사망사고 꾸준…전문가 "해녀문화 이해 바탕 대책 찾아야"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해녀문화의 핵심인 해녀들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직 해녀 3천985명(지난해 말 기준)에 대한 각종 안전대책이 쏟아지고 있으나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 현장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작업 중 숨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10일 제주도와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06년부터 이날 현재까지 12년 7개월간 해녀 85명이 물질 중 숨졌다.
사망사고 발생 연도별로는 2006년 6명, 2009년 9명, 2012년 7명, 2015년 15명, 2016년 7명, 2017년 2명, 올해 7월 10일까지 4명이다.
이 중 70세 이상인 고령 해녀는 총 73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85.9%를 차지하고 있다.
해녀 사망 원인은 익수사고와 심장마비가 대부분이다.
도 당국은 지병이 있는 고령 해녀들이 무리한 수중 작업을 하다가 숨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 현직 해녀 중 70대는 1천707명(제주시 918명, 서귀포시 789명)이다. 80세 이상은 679명(400명, 279명)이다.
70세 이상 고령 해녀가 59.9%로, 전체의 절반이 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고령 해녀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각종 묘안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우선 70세 이상 고령 해녀를 위한 전용어장인 '할망바당'(할머니 바다의 제주어)을 마련했다.
얕은수심에서 안전하게 물질하면서도 해조류 이식과 수산종묘 방류를 통해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제주해녀의 전통적인 방식인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지키도록 유도해 고령 해녀가 물질을 못 하더라도 일정 정도의 소득이 가도록 계획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체력 저하로 소득이 줄어드는 고령 해녀들을 대상으로 '소득 보전 직접지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70∼79세에게는 스스로 물질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월 10만원을 지원하고 80세 이상 해녀에게는 물질하지 않는 대신 월 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올해 총 6명의 고령 해녀가 물질 중 숨졌다.
9일에는 80세의 고령 해녀가 할망바당이 아닌 제주시 신촌포구 앞 200m 해상에서 동료 해녀들과 물질 중 숨을 거뒀다.
제주해경은 유족들을 상대로 지병 여부와 부검 여부 등을 확인하는 등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주 어촌계 한 관계자는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도에서 돈을 줘도 물질은 가야 한다"면서 "아무리 고령이더라도 수십 년을 이어온 물질을 내팽개치고 혼자서만 쉬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좌혜경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도에서 고령 해녀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해녀들에게 물질은 생존권인 동시에 본인이 살아있고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존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좌 연구원은 "해녀가 물질을 멈춘다는 것은 공동체에서 소외되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먼바다에 가서 큰 소득을 올리지 않더라도 해산물 채취하는 작업을 막아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독특한 해녀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지켜나가면서 안전을 지킬 묘수를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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