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군대 내 '성범죄 전담기구' 신설에 당장 나서라

입력 2018-07-08 17:28
[연합시론] 군대 내 '성범죄 전담기구' 신설에 당장 나서라

(서울=연합뉴스) 우리 사회의 특수 조직인 군대에는 상명하복을 지상명령으로 삼는 엄격한 위계질서가 있다. 남성 중심의 강압적 조직문화가 오랜 기간 뿌리를 내려왔으며 술자리 강요 등 뒤틀린 음주문화도 널리 퍼져 있다. 이런 속성 탓인지 군내 내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해군과 육군 내에서 잇달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구나 군인으로서 최고 영예인 '별'을 단 장성의 성폭력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미투(#MeToo) 운동'이 법조·문화·대학·종교 등으로 확산하면서 성폭력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경각심을 가지는 현상과 대조적이다.

경남 진해에 있는 해군부대 지휘관 A 장성은 술을 마시다가 지난달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B 여군을 전화로 불러냈다. 두 사람은 B 여군의 숙소에서 술을 더 마셨고, A 준장은 B 여군이 만취하자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군인권센터가 폭로한 육군 내 성폭력 사건도 장성이 저지른 것이다. 육군 모사단장은 이달 초 부하 여군을 불러내 차 안에서 성추행했다가 피해자 신고로 수사관이 파견됐다. 성폭력에 연루된 해군 장성의 경우 긴급체포돼 보직이 해임됐지만, 육군 장성은 사단장 보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어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들 두 사건 역시 상명하복, 남성 중심 등 군대 내 속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상관의 명령을 중시하는 군대조직에서 두 피해 여군은 '하늘의 별'같은 장성급 상관의 요구를 쉽게 뿌리치지 못했을 것이다. 성폭력 가해자인 두 장성은 부하에게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성 평등 의식이 결여된 남성중심주의 행태를 보인다.

군대 내 성폭력 2차 피해는 일반 사회보다 더 우려된다. 조직이 치밀하고 모든 구성원이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군대의 특성상 성폭력 피해자의 신원이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대라는 특수 조직에 걸맞은 성폭력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군인권센터는 "성범죄 사건만을 전담으로 수사·기소하고, 피해자를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국방부 산하 '성범죄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맞는 말이다. 현재는 성범죄가 발생한 소속군에서 관련 수사를 맡는다. 그래서 최근 발생한 성폭력 사건처럼 가해자가 장성급 지휘관일 경우 소속군 내에 가해자를 비호하는 세력이 많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독립적인 '성폭력 대응기구'를 운영한다.

국방부는 특히 여군에 대한 보호 대책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 여군은 6·25 때인 1950년 창설돼 올해가 68주년이다. 여군의 규모는 날로 커져 1만 명에 이른다. 국방부는 전체 군 인원의 5.5%인 여군 비율을 2022년까지 8.8%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포병과 방공, 기갑병과 등 여군의 진출분야가 다양해지고 중요성도 커가고 있다. 여군이 복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성범죄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성폭력 예방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도 나와 있듯이 국방부는 군인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군 복무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복무여건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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