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개편 공론화 도돌이표 공청회…"교육계 갈등·피로 높여"
국가교육회의·교육부 연일 회의·토론…'책임행정 실종' 지적
대부분 수년간 제기된 주장…"'결정 장애'로 시간·비용 낭비"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2022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과 관련한 공청회와 토론회가 이어지면서 교육계에서 논의의 효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적절한 여론 수렴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정책을 공론화에 부쳐 결국 교육계 내부의 갈등을 키우고 학생·학부모의 혼란만 가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는 각각 2022학년도 대입개편과 관련된 공론화와 숙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 특별위원회는 개편 공론화 범위를 정하기 위해 5월 한 달간 4차례의 권역별 공청회인 '대입개편 국민제안 열린마당' 행사를 열었다.
비슷한 기간 특위는 ▲ 교원단체 ▲ 일반 교원·학생 ▲ 학부모단체·시민단체 ▲ 일반대학·전문대학 입학처장 ▲ 입학사정관을 포함한 학계·민간전문가 등 5개 그룹의 전문가·이해관계자 협의회도 진행했다.
개편 시안이 정해진 이후에는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6∼7월 4차례의 '국민 대토론회'와 중고생이 참여하는 4차례의 '미래세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와 별도로 교육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입개편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는 1∼4차 '대입정책포럼'을 열었고, 지난달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 개편을 위한 공청회인 5차 대입정책포럼을 주최했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를 시행하면서는 2차례의 '열린 토론회'도 진행했다.
문제는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와 토론회가 이처럼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정작 여기서 나온 주장과 근거들은 대부분 수년간 교육계에서 계속 제기해왔던 주장이라는 점이다.
시민의 숙의와 폭넓은 여론 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 정책화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반응이 냉랭한 이유다.
모집 방안과 관련해선 수능을 중심으로 한 정시모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모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양측 모두는 현행 입시제도의 문제점으로 학생부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수상기록 삭제 등 개선책에 대한 주장도 반복되고 있다.
교원단체와 시민단체에서는 보수와 진보성향을 가릴 것 없이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공론화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제때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교육계 구성원들끼리 갈등도 더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모습은 정책 관료의 결단에 의한 정부의 '책임행정'과도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공론화와 숙의 절차의 경우 상반된 주장을 하는 교육계 관계자들이 직접 나서서 일반 국민과 시민정책참여단을 설득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교육분야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태도는 교육계 관계자들끼리) 닭싸움시켜서 이기는 쪽 손을 들어주겠다는 것"이라며 "여론 수렴은 이미 많이 했는데 교육부의 '결정 장애' 때문에 시간과 비용과 노동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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