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동해선 현지 공동조사로 남북 철도 경협 '첫발'

입력 2018-06-26 21:35
수정 2018-06-26 21:38
경의선·동해선 현지 공동조사로 남북 철도 경협 '첫발'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남북이 경의선과 동해선 등 북한 철도망 연결과 현대화를 위해 현지 공동조사를 벌이기로 합의하면서 남북 철도 경협의 역사적인 첫발을 뗐다.

남북은 26일 철도 협력 분과회의 직후 공동 보도문을 내고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현대화를 위해 공동 연구조사단을 구성하고, 경의선과 동해선 북측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우선 7월 중순에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문산-개성), 동해선 연결구간(제진-금강산)에 대한 현지 공동점검부터 벌인다.

이어 7월 24일 경의선 북측 전체 구간(개성-신의주)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벌이고 이후 동해선 북측 전체 구간(금강산-두만강)도 조사하기로 했다.

경의선과 동해선의 남북 연결구간을 먼저 점검하고 이후 이들 노선의 북측 전체 구간에 대한 현지 조사를 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이번 분과회의에서 꽤 구체적인 철도 경협 계획이 제시된 것으로 평가된다.

현지 조사는 실제 북한 철도 현대화 공사에 착수하기 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선제 조치 중 하나다.



특히 공동 보도문에는 두 노선의 역사 주변 공사와 신호·통신 개설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하기로 하고 착공식도 조속한 시일 내에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남북 철도 경협은 대외 환경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 현대화 등 개량 사업이 가속 페달을 밟고 속도감 있게 추진되려면 대북제재 해제 등 대외적인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 철도 경협의 '첫 삽'을 뜨는 것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완전히 이행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린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공동조사 및 연구는 그 전에 우선 정부가 북한 철도의 현 상태를 파악하면서 실제 철도 현대화 공사에 들어갔을 때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 놓겠다는 포석이다.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은 이미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내용이기도 하다.



경의선은 서울∼개성 구간이 2004년 이미 연결돼 있으나 북측 구간이 노후화돼 현대화 등 시설 개량이 필요한 상태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나진까지 북한의 동해안을 관통해 러시아 하산으로 연결되는 노선으로, 현재 남측 강릉∼제진(104㎞) 구간이 단절돼 연결 작업이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5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이 구간 공사에 대해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두 노선은 유라시아 열차 노선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경의선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통해 중국대륙철도(TCR)로 연결되며 동해선은 나진·선봉에서 중국 연변 자치주 투먼(圖們)을 경유해 만주횡단철도(TMR)로 가거나 하산을 통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넘어갈 수 있다.

정부는 최근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통해 전력·가스망 연결을 위한 공동연구를 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남북 철도 경협이 이들 사업과 연계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국토부 2차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차관 재직 시절 국토부 기자들과 만나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의 철도 개량 사업을 진행하면서 철도부지에 러시아 가스관을 매설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 조성은 이미 상당한 진전을 봤다.

정부는 이달 7일 북한의 협조를 얻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Organization for Cooperation of Railway) 정회원으로 가입해 유라시아 열차 노선 운영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통해 경의선과 동해선 현대화 사업을 위한 공동 현지 조사가 결정된 만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꼼꼼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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