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늘어나는 기초지자체 학예직 과장

입력 2018-06-27 06:00
뒤늦게 늘어나는 기초지자체 학예직 과장

올들어 경주 이어 원주에도 연구관 탄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기초지자체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는 학예직 출신 과장이 뒤늦게나마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1990년 경주시청에 입사한 이채경 씨가 지난 1월 경주시 문화재과장이 됐고, 1992년 학예직으로 출발한 원주역사박물관 박종수 씨가 7월 1일 과장으로 승진한다. 앞서 부여군에서는 2016년 8월 여홍기 씨가 과장급인 문화재사업소장이 됐다.

2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3월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 학예직은 203명, 전문경력관은 22명이다.

지자체 문화재과나 문화재계 혹은 박물관에서 일하는 학예직은 지역 문화재 현안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다. 그러나 문화재청이나 국립박물관에서 근무하는 학예직과 비교해 처우와 근로환경이 좋지 않은 편이다.

학예직은 연구관과 연구사로 나뉘는데, 지자체에서는 과장으로 진급해야 연구사에서 연구관이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학예직 약 200명 중 연구관이 60여 명이지만, 지자체 연구관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수가 적다.

원주시에서 연구관이 탄생한 배경도 원주역사박물관이 시청에서 하던 문화재 업무를 맡으면서 관장직이 6급에서 5급으로 오른 데 따른 것이다.

박종수 관장은 "학예직은 소수 직렬이어서 승진 기회가 거의 없다"며 "학예직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학예직들은 모두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지자체 문화재 업무 조직이 체계화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2015년 연구관이 된 김태수 삼척문화예술센터 소장은 "지자체 학예직은 유형문화재는 물론 무형문화재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며 "학예직이 많지 않다 보니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박 관장도 "문화재청은 1990년대와 비교하면 몸집이 비대해지고 인원도 크게 늘었지만, 지자체 학예직 수는 증가 속도가 더뎠다"며 "문화재청이 주문하는 업무량이 많아져 학예직에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문화재 업무 전문성을 높이고 지방 박물관을 활성화하려면 학예직과 연구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시 학예직 공채 1기인 박현욱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부장은 "일은 결국 사람이 한다"며 "전문적 식견을 갖고 일하는 것과 정해진 조항에 따라 일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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