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역사는 문학"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

입력 2018-06-26 15:24
수정 2018-07-19 17:29
"위대한 역사는 문학"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인기 작가 유시민이 신작 '역사의 역사'(돌베개 펴냄)를 출간했다.

저자는 동서고금 역사서들을 탐독하며 역사란 무엇인가이라는 고전적인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간다.

서구 지식인들이 '역사의 아버지'라 부르는 헤로도토스가 기원전 425년에 쓴 '역사'부터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사마천의 '사기',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에드워드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아널드 J.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등 내로라하는 역사가와 역사서, 역사 관련 저술을 두루 검토한다.

박은식의 '한국통사'와 '한국독립운동지혈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등 우리나라 역사서와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 최근의 화제작들까지 역사라는 하나의 테마로 아우른다.



저자는 2016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동과 이어진 '촛불혁명'을 마주하면서 역사의 현장이 어떻게 기록되고 전해지는지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저자는 역사를 인간의 삶과 사회의 변화 과정 그 자체를 뜻하는 역사와 그 변화 과정을 문자로 기록한 역사로 나누고, 역사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역사학자와 역사를 서술하는 역사가를 구분한다.

그러면서 역사학은 학술 연구 활동이지만, 역사 서술은 문학적 창작 행위로 보아야 하며 이 둘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목적과 성격과 작업 방식이 다르다는 나름의 '역사관'을 피력한다.

"나는 역사가 문학이라거나 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훌륭한 역사는 문학이 될 수 있으며 위대한 역사는 문학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이는 '역사는 창작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사실의 선택, 배열, 표현 그 자체가 창작의 영역에 속하는 기술이다. 그러므로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고서는 위대한 역사가라고 할 수 없다'는 아널드 J.토인비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끓임 없는 대화'이기 때문에 '모든 역사는 현대사'일 수밖에 없다는 에드워드 H. 카의 언명을 더욱 확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저자는 서문에 독자들이 책을 '역사 르포르타주(reportage·르포)'로 받아들여 주기를 바란다면서 르포는 저널리즘, 역사 서술, 문예 창작을 넘나드는 문학 장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역사 르포가 준 교훈을 전한다.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의미를 알면, 시간이 지배하는 망각의 왕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그라질 온갖 덧없는 것들에 예전보다 덜 집착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해 주었다.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인생을 자신만의 색깔을 내면서 살아가라고 격려했다"고.

336쪽. 1만6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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