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인 급증 제주 '땜질 대책' 난민신청자 수용한계 노출

입력 2018-06-20 16:11
예멘인 급증 제주 '땜질 대책' 난민신청자 수용한계 노출

"출도 제한 조치·취업 업종 제한, 갈등만 야기할 뿐"

외국인 커뮤니티 육성 등 수용 태세 장기적 마련 필요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이동과 취업 업종 제한이 난민신청자들과 지역민들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김상훈 국장은 갑작스럽게 증가한 예멘 난민신청자의 수용 자세가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전을 겪는 예멘인이 2016년부터 제주에 오기 시작했다.

올해는 560여명이 제주에 입국했으며 이 중 이달 현재까지 549명이 난민으로 신청했다.

출도(육지부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지기 전 다른 지역으로 옮긴 인원을 빼면 486명이 제주에 현재 체류 중이다.

그런데 법무부가 지난 4월 30일을 기해 제주에 온 예멘인에 대해 출도 제한 조치를 하면서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애초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은 후 거주 외국인이 많은 지역으로 가려던 예멘인들의 발이 묶였고 이후 돈이 떨어진 이들은 길거리로 나오게 됐다.

김 국장은 "서울 이태원과 경기도 안산 등 거주 외국인이 많은 지역은 외국인끼리 커뮤니티가 형성돼 자율적으로 일거리를 찾고 숙소를 구한다"면서 "외국인 수용 인프라가 적은 제주에 예멘인들을 사실상 가둬둔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숙소 계약 기간이 만료돼 돈이 없어지자 길거리로 나오거나 심지어 출입국·외국인청 마당에 드러눕는 예멘인도 지난달 한때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하는 일부 예멘인로 인해 한때 제주도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컸다"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개선대책으로 내놓은 예멘인 취업 대책도 수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출입국·외국인청은 최근 농·수·축산과 요식업을 대상으로 예멘인들의 취업을 소개해주고 있다.

그런데 난민법에는 난민신청자는 원하는 직종에 취업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에 비해 임시 취업 범위가 좁다.

또 해당 사업장의 노사 문제로 인해 해고되거나 난생처음 하는 일로 인해 적응하지 못하고 사업장을 나온 이들이 현재 수십 명에 달하고 있다.



제주예멘난민대책위원회 소속 김성민씨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전쟁을 피해 세계 각지에 가는 데 우리는 제주 상황만으로 만 보며 정책적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 체류 예멘인들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자신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학위 소지자라고 소개하면서 관련 업계에 취업하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제주예멘난민대책위는 예멘인 난민신청자 중 일자리 부적응 등으로 내몰리는 인원이 발생할 것으로 대비해 수용 시설을 제주도가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병원 치료가 필요한 아동 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이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한 실정이다.

외국인들의 자율적인 커뮤니티를 육성해 무사증 지역인 제주에 다양한 외국인들이 갑자기 몰리더라도 이들이 지역 내에서 수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기대책도 필요하다.

법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취업 업종 제한에 대해 "농·축·수산업, 요식업 등 제주도 내 인력이 부족하고 국민 일자리 잠식 가능성이 적은 업종 위주로 예멘인의 취업을 허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전 중인 모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의 사정을 고려할 때 인도적 차원에서 제주도에서 취업 활동을 하도록 법무부 장관이 허가했지만, 도민의 일자리 침해를 최소화하는 분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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