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서 다 만나네요"…공연 콘텐츠 큰 장 열렸다

입력 2018-06-20 06:10
"제주도서 다 만나네요"…공연 콘텐츠 큰 장 열렸다

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 2천명 북적…180개 부스서 공연 사고팔고



(제주=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예술의전당에서만 수준 높은 공연을 보란 법이 있습니까.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질 높은 공연을 전국 여러 도시에서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 제주도까지 따라왔습니다."

지난 19일 제11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하 해비치페스티벌)이 열리는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 1층 그랜드볼룸과 지하 로비 통로에는 책상과 의자들이 줄지어 서 있고 사방에는 연극, 뮤지컬, 국악, 클래식 등 공연 팸플릿으로 가득했다.

자신들이 기획·제작한 공연을 팔고자 하는 단체들과 좋은 공연으로 무대를 채워야 하는 공연장 관계자들로 발 디딜 새 없이 붐비는 이곳에 흰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윤호근 국립오페라단장이 열심히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는 "국립오페라단이라고 하면 괜히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만 공연할 것 같은 인상이 강한데, 우리 단체도 지방 여러 곳에서 공연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알리고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해비치호텔에 설치된 공연전시 부스는 총 180개. 작년까지만 해도 1층만을 사용했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늘어나며 지하 로비에까지 '공연 장터'를 꾸렸다. 올해 축제에는 전국 200여개 문예회관과 250여개 공연예술단체 등 문화예술인 2천여명이 참가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국립오페라단처럼 유명 국공립단체부터 신생 기획사까지 다양한 공연 단체들이 팸플릿과 영상 등으로 작품을 소개하느라 분주했다. 사전에 받은 부스 신청이 30분 만에 마감된 터라 일부 공연사는 발로 뛰어다니며 자신들의 작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양질의 콘텐츠로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 공연장 관계자들을 부스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관심 있는 분야의 작품을 꼼꼼히 따져봤다.



해비치페스티벌에 수년째 참가한 김보경 뮤직앤아트컴퍼니 대표는 "단순히 홍보물만 받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저희 작품에 관심이 있으면 공연 구성 방식부터 가격, 일정 등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포아트센터를 운영하는 마포문화재단 이창기 대표이사는 "그 자리에서 바로 공연 계약까지 이어지진 않더라도 작품 트렌드, 그간 보지 못했던 기발한 공연 등을 살필 기회가 된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같은 시각 옆 다이아몬드홀에서는 발레 단체 '정형일 발레 크리에이트'의 '더 세븐스 포지션(The Seventh Position)'을 포함한 쇼케이스 4편이 연달아 공연됐다. 실제 작품 시연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번 축제 기간에 총 25편이 소개된다.

축제 주최 측에 따르면 작년 축제는 약 220억원 규모의 문화예술공연 파급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계약금액, 입장권 판매수익, 문화서비스 생산유발 효과 등을 더한 금액이다. 올해는 300억원대 진입이 목표다.

국내 공연계 큰 장터로 자리 잡으며 점점 주요 관계자들의 집결 터가 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윤호근 국립오페라단장을 비롯해 이종덕 단국대 예술대학원장, 김희철 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본부장, 박인자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 노재천 강동아트센터 관장 등 주요 공연장 및 단체 대표들이 제주도를 방문했다.

공연을 사고파는 마켓 기능과 함께 이 축제의 또 다른 축은 '공연계 네트워크 구축'이다. 자기 작품, 공연장 안에만 갇혀 있던 예술인들이 다른 분야 사람들과 함께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오정화 세종문화회관 홍보팀장은 "이렇게 공연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거의 없다"며 "기획·제작 공연이 많은 세종문화회관 특성상 작품을 사는 공연을 고르는 장터보다는 교류의 장으로 축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비치페스티벌은 오는 21일까지 제주 주요 공연장과 해비치호텔&리조트 등지에서 이어진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와 제주도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주최한다.

관계자들의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협업 라운드테이블', 공연예술계 현안 및 이슈를 논하는 '제주공연예술포럼', 제주 지역 주민들과 함께 즐기는 '제주인(in) 페스티벌' 등도 함께 열린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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