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막았다, 오바마는 못한 것'…트럼프 북미회담 '세일즈'

입력 2018-06-17 08:23
'핵전쟁 막았다, 오바마는 못한 것'…트럼프 북미회담 '세일즈'

AP 보도…공화당 인사들에 "왜 더 열렬 지지 안보내나" 불만 표시

'더는 핵위협 없어' 장밋빛 레토릭에 후속 협상 부담 가중 지적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성과를 부각하며 부정적 여론에 대한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역사상 첫 북미 정상 간 만남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시작했으며 이로써 핵전쟁의 위험을 막았다는 것이다. 어떤 전임자도 가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차별화 지점이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포함,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이 합의문에 담기지 못한 것을 두고 미국 조야에서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못내 억울한 표정이다.

여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찬사'나 권위주의적 통치를 부러워하는 듯한 발언 등으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금의환향'을 기대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래저래 곤욕을 치르고 있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협상의 달인을 자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문이 외교 난제였던 북한 문제 해결을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여기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합의에 대한 열정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공화당 내에서 더욱 열렬한 지지를 보이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 익명의 소식통이 AP통신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해결하지 못한 북한 핵 문제에 있어 진전을 이룬 데 대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같은 일을 해냈다면 훨씬 더 후한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깜짝 인터뷰'와 이어진 기자들과의 장시간 일문일답을 통해 '억울함'을 쏟아냈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나는 그 문제를 풀었다. 그 문제는 대체로 풀렸다"며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에도 "합의를 안 했다면 핵전쟁이 나게 된다. (회담장 밖으로) 걸어나가 끔찍하다고 말했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났더라면 3천만, 4천만, 5천만 명이 죽었을 수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유튜브를 통해 발신한 주례연설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은 과거 행정부들의 실패한 (대북) 접근과의 완전한 단절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미 정상 간 만남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직후 올린 트위터 글에서 "더는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없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핵 위협은 없다", "핵 문제를 풀었다"는 식의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 어린 '레토릭'이 오히려 이후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위험부담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후 협상이 어그러지거나 기대 이하의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그만큼 후폭풍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은 더는 핵 위협이 없다고 했지만, 예측불가능한 국가(북한)가 만약 (비핵화 약속을) 완수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적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비정부기구인 군축협회(ACA)의 캘시 대븐포트 비확산정책국장은 더 힐에 "성급한 승리 선언은 북한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무책임한 처사"라며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 정립을 비롯해 이후 협상의 과정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 의도치 않게 북한의 '양보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주께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북미 간 후속 협상에서 그만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위시한 협상대표단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공화·텍사스)은 "외교적 고립 작전과 경제적 제재, 군사력 증강에 더해 대통령의 레토릭이 북한을 (강경 드라이브로부터) 멈추게 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 사람(김 위원장)을 칭찬하는 것이 핵무기 포기로 이끌 수만 있다면 이 세계는 결국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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