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수사극이 매번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

입력 2018-06-16 06:30
복고 수사극이 매번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

'시그널'·'터널'·'라이프 온 마스'…"공감의 힘"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대한민국 3대 미제 사건 중 최우선으로 꼽히는 화성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 등 풀지 못한 과거에 대한 '공동체적 죄의식'은 타임슬립이나 과거와의 교신을 활용한 복고 수사극으로 발현된다.

최종회 12.5%(닐슨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하며 김은희 작가 대표작 반열에 오른 tvN '시그널'(2016)을 필두로,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등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은 OCN '터널'(2017), 그리고 최근 시작한 OCN '라이프 온 마스'까지 복고 수사극들은 물론 작가와 연출자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지만 웬만해서는 혹평을 듣는 일이 없다.

비슷한 포맷과 사건이라도 늘 새롭게 관심을 받고, 시청자들이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도록 만든다.



작가조차 언젠가 시즌2 제작을 기대한다고 밝힌 '시그널'은 1989년의 순경 이재한(조진웅 분)과 2015년의 경위 박해영(이제훈)이 알 수 없는 현상에 의해 무전으로 교신하게 되면서 강력 범죄 사건들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DNA 대조 등 최첨단 과학 수사기법이 없던 시절, 박해영의 무전은 사건을 해결하고 추가 피해자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의지는 넘치지만 기술이 부족해 범인을 잡지 못한 당시의 수사관들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원초적 욕망이 담긴 설정인 셈이다.



이에서 다룬 에피소드 역시 화성 연쇄살인 사건, 박초롱초롱빛나리 유괴 살인 사건, 대도 조세형, 성수대교 붕괴사고, 신정동 연쇄폭행살인사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등을 모티프로 한 것이라 현실감을 더해져 시청자들도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여기에 김은희 작가 특유의 촘촘하고 탄탄한 필력과 김원석 PD의 감각적인 연출이 더해지면서 이 작품은 그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 각본상, 여우주연상을 휩쓸었고 최근 일본에서도 리메이크작이 방송 중이다.



지난해 방송한 '터널' 역시 늦은 시간대 방송에도 시청률 6%를 기록, OCN 드라마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이 작품은 1986년 여성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던 형사 박광호(최진혁)가 터널에서 타임슬립해 2016년으로 점프,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며 다시 시작된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범죄 수사극이다.



'시그널'처럼 이따금 무식하게 보이기도 하는 옛날 형사 박광호와 최첨단 수사력을 자랑하는 형사 김선재가 협력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박광호가 아예 현대로 넘어와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옛날 형사가 현대에서 좌충우돌하면서도 특유의 집념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하고야 마는 모습에서 유머와 통쾌함을 동시에 줬던 게 특징이다. 또 '시그널'과 마찬가지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한 점은 현실감을 높였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라이프 온 마스'는 2006년 영국드라마를 원작으로 했지만, 형사의 타임슬립이란 설정 때문에 원작보다 뒤늦게 탄생한 '터널'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시청률 추이를 보면 1회 2.1%에서 2회 바로 3.1%로 뛰어올랐고, 시청평 역시 좋은 편이라 앞으로가 기대된다.

'라이프 온 마스'는 '터널'과 반대로 2018년의 형사 한태주(정경호)가 1988년으로 건너뛰어 육감과 몸으로 수사하는 강동철(박성웅) 등과 협업하는 포맷이다. 냉철하고 꼼꼼한 한태주가 법도 절차도 없이 무식하게 부딪히지만, 그만큼 속 시원하고 화통한 수사 스타일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작이 있지만 88서울올림픽 배경부터 여성 연쇄 살인사건까지 실제로 있던 일들을 배경으로 삼으면서 현지화에도 성공했다. 아울러 충격을 준 원작의 결말을 따를지, 원작 이후 선보인 스핀오프의 세계관을 따를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렇듯 복고 수사극들이 꾸준히 나오고 또 호평받는 이유는 역시 '공감'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라이프 온 마스' 관계자는 16일 "기본적으로 사건 해결을 원하는 본능과 호기심을 끄는 수사극이란 포맷에, 모두의 기억 속에 있는 복고적 요소가 결합하니 공감력이 높아진다"며 "'시그널'과 '터널'도 그렇지만 특히 '라이프 온 마스'는 1988년 배경을 디테일까지 살려 현지화에 성공하고 몰입도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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