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남한 은행 점포 65개가"…되돌아보는 은행 100년사

입력 2018-06-12 06:30
"北에 남한 은행 점포 65개가"…되돌아보는 은행 100년사

신한은행 전신 한성은행이 14개…우리은행은 상업 27개, 한일 24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과거 북한에 있었던 남한 은행의 지점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북한 내 남한 은행 지점은 모두 65개였다. 신한은행 계열이 14개, 우리은행[000030] 계열이 51개다.

신한금융지주가 발행한 '조흥은행 100년사'를 보면 남북 분단으로 되찾지 못한 '미수복 점포'로 14개가 언급됐다.

조흥은행은 2006년 신한은행과 합병돼 지금은 그 이름이 사라졌으나 우리나라 최초 은행인 한성은행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한성은행은 1897년 2월 설립됐다. 조선은행이 이보다 앞서 만들어졌으나 곧 폐업해 한성은행이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온 최초 근대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한성은행은 현 종로구 영풍문고의 자리에서 영업을 개시한 이후 14년 후인 1911년 9월 평양지점을 냈다. 첫 이북 지점이다.

이어 개성지점, 평양대화정 지점을 열고, 옛 한일은행을 인수해 이 은행이 보유한 원산·함흥·김화지점을 얻는 등 해방 이전까지 지점을 모두 14개로 늘렸다.

평양이 과거부터 북한 지역의 중심지역인 만큼 평양에 한성은행의 지점이 3개나 있었다.

한성은행은 이후 1943년 동일은행(옛 한일은행의 후신)과 합병해 조흥은행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우리은행이 과거 북한 지역에 둔 지점 수는 옛 한국상업은행이 27개, 옛 한일은행이 24개 등 51개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1998년 합병하면서 한빛은행이 됐고, 이 한빛은행이 지금의 우리은행이 됐다.

'한국상업은행 100년사'를 보면 상업은행은 대한천일은행이란 이름으로 1899년 1월 문을 열었다. 한성은행과 비슷하게 청계천 변으로 자리 잡았다.



대한천일은행은 일제가 '대한(大韓)'이나 '한국(韓國)'이라는 용어를 금지함에 따라 1911년 2월 조선상업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조선상업은행이 당시 부실은행을 인수하면서 북에 진출하게 됐다. 당시 북한지역 최대 항구였던 원산에 자리 잡은 원산상업은행을 떠안으면서 북한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이후 평양을 기반으로 한 대동은행, 함흥에 본점을 둔 북선상업은행을 연이어 인수하며 북한 지역에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갔다.

1945년 8월 15일 광복과 함께 남북이 갈리면서 북한 인민위원회에 강제 접수됐을 당시 북에 있는 점포 수는 지점 24개와 출장소 3개 등 27개였다.

한일은행은 1932년 12월 조선신탁주식회사로 설립됐다. 한성은행이 인수한 한일은행과 다른 은행이다.

조선신탁주식회사는 조선신탁은행(1946년), 한국신탁은행(1950년)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1954년 한국상공은행과 합병하면서 한국흥업은행이 됐다. 이 한국흥업은행이 1960년 한일은행이 됐다.

한일은행은 해방 전까지 북한 지역 한국신탁은행 소속으로 6개, 한국상공은행 소속으로 18개 등 24개를 보유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이들 점포에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없지만 해방 전 북한 내 최다 지점 보유 은행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2004년 개성공단 지점 선정 당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우리은행 관계자는 "과거 북한 지역에서 영업했고, 최근에도 개성지점에서 역할을 했던 만큼 대북 제재가 풀리고 남북 경제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면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활동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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