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역할' 공정위 비상임제 또 잡음…특검후보 수락 '뒷말'

입력 2018-06-12 07:01
'판사역할' 공정위 비상임제 또 잡음…특검후보 수락 '뒷말'

임명 석달만에 특검후보…"판사가 특검후보 된 격" vs "국가적 상황 고려"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판사' 역할을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비상임위원과 관련해 또다시 잡음이 불거졌다.

한 비상임위원이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특별검사 후보자에 이름을 올리도록 허락해 뒷말이 나온 것이다.

비상임위원에 임명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자가 위원회 출석률이 저조한 탓에 중도 하차한 점을 고려하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다.

역할 상충 가능성이 있고 업무량이 적지 않은 공정위 위원에 다른 직업을 겸직할 수 있는 비상임위원을 빼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 특검 후보 수락한 공정위 비상임위원…"판사가 특검 수락한 셈"



12일 관가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3일 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열어 김봉석 공정위 비상임위원 등 변호사 4명을 특검 후보로 추천했다.

변협 관계자는 "특검 후보자를 올리기 전에 당사자에게 수락 여부를 먼저 묻는다"며 "당시 김 위원은 후보에 올라가도 좋다는 동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추천과 문재인 대통령 임명에 따라 허익범 변호사가 특검이 됐지만, 논란은 김 위원이 후보자 추천을 승낙했다는 점에서 불거졌다.

총 9명인 공정위 전원회의는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4명이 사무처에서 올린 조사 사건을 심판한다.

공정위 심판 결과는 법원 1심의 효력을 갖기에 전원회의 위원은 판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김 위원이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현직 판사가 특검 후보에 올라갔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라는 지적을 낳는다.

관가에서는 그가 지난 3월 비상임위원에 임명됐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것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그의 전임자가 작년 4월에 임명된 이후 51차례 열린 소위원회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고 지난 2월 중도 사퇴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뒤여서 더욱 그렇다.

특검은 최장 90일 동안 수사를 총괄하고, 기소 때는 공소유지도 필요하므로 공정위 비상임위원직을 함께 수행하기가 불가능하다.

한 전직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판사 역할을 하기에 중립을 요하는 공정위 비상임위원이 특검 후보를 수락했다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아무리 겸직할 수 있다 해도 공정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하는 비상임위원 자리를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 "국가적 상황 고려" 반박…공정위 비상임제도 다시 도마에



김 위원은 비판을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변협 쪽에 공정위 비상임위원을 맡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며 곤란하다고 했지만 계속 요청이 있어 (후보 추천을) 승낙했다"며 "만약 특검이 된다면 비상임위원을 사임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상임위원도 중요하지만 국가적으로 특검이 더 시급해 변협의 요청을 단칼에 거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변협에서 특검 후보조차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심각하기 때문에 국가적 상황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수긍하기는 힘들지만 비판이 있다면 감수하겠다"며 "다만 그러한 비판을 하고 싶다면 당연히 공정위 위원 전원을 상임으로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공정위 비상임위원 제도는 변호사 출신이 다수 임명되면서 역할 상충 시비가 불거지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아 전원 상임위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

현재 공정위 비상임위원 4명 중 절반은 현직 변호사가 맡고 있다.

판사 역할과 변호사 역할이 상충하지만, 비상임위원은 퇴직 후 사건 수임 제약이 없는 등 '안전장치'가 없다는 비판이 있다.

또 심판을 위해 매번 수천 쪽에 달하는 심사보고서를 읽어야 하고, 매주 한 차례 세종시 청사에 내려와 오전부터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심판에 쏟아야 한다.

결국 본업에 소홀할 수 없으니 사안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거나 아예 심판에서 빠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지적에 따라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통해 비상임위원 제도 개편 등 위원회 구성의 독립성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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