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비상] 대출금리 오르고 소득은 줄고…취약계층 이중고
저축은행 가계대출금리 9개월 새 0.71%p↑…은행은 0.25%p↑
저소득층 1분기 소득 8% 감소…이자비용은 33% 증가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금리 인상기에 취약계층이 받은 대출이 먼저 부실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의 높은 이자율 때문이다.
소득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자는 더 많이 내야 해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가계 재정에 구멍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올 1분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이 감소하면서 대출 상환능력이 줄어든 데다가 이자비용은 더 늘어 취약계층의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금융권 연체가 늘어난 것은 시중금리 상승으로 안 그래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더 오른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행의 비은행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1분기 15.02%로 최근 저점인 지난해 2분기(14.31%)에 견줘 0.71%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3.43%에서 3.68%로 0.25%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대조된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도 금리가 지난해 2분기 5.80%에서 올 1분기 6.24%로 0.44%포인트 올랐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인상 폭은 0.23%포인트에 불과했다.
상호금융은 일반신용대출의 금리 인상이 두드러졌다. 올 1분기 5.00%로 지난해 2분기에 견줘 0.43%포인트 올랐다.
은행권의 일반신용대출은 금리가 같은 기간 오히려 0.06%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촉발된 금리 인하 경쟁 때문이다.
취약계층은 금리 인상으로 상환 부담이 늘고 있지만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통계청 가계소득동향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128만6천700원으로 1년 전보다 8.0% 줄었다. 소득 하위 20∼40%(2분위)인 가계 역시 4.0% 감소했다.
이와 달리 소득 상위 20%(5분위)는 1분기에 9.3%, 상위 20∼40%(4분위)는 3.9% 증가했다.
이자비용은 저소득층 중심으로 늘어나 취약계층의 어깨를 더 무겁게 했다.
소득 1분위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올 1분기에 4만2천2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2.9% 급증했다.
2분위의 이자비용 역시 전년 동기 대비로 27.3% 증가했다.
소득 5분위의 이자비용이 20.2% 늘었지만 저소득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채 상환능력이 있느냐가 문제인데 그 출발점은 가계 소득"이라며 "소득 하위계층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로 줄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의 은행권 대출 규제 강화로 취약계층이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추세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서울 지역 저축은행의 전분기 대비 여신 잔액 증가액은 지난해 3분기 7천414억원에서 4분기 8천966억원, 올해 1분기 1조2천557억원으로 갈수록 확대됐다.
상호금융의 여신 잔액 증가액도 같은 기간 4천435억원, 6천765억원, 7천330억원으로 커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금융권 연체율이 오르는 것은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여건이 나빠진 데다가 이들이 1금융권과 비교적 양호한 대출에 접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특히 자영업자들이 종전엔 주택담보대출로 자금을 조달했다가 이런 대출이 어려워지자 최근에 조건이 좋지 않은 대출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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