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독립성 위해 재정 건전성 유지·관련 제도 필요"
한은 주최 BOK국제콘퍼런스…"경제주체 심리 더욱 중요해져"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만으로도 장기 금리 변동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정부, 국회 등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통화정책에 압력을 가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관련 제도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BOJ) 총재는 한국은행 주최로 4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통화정책의 역할 : 현재와 미래'라는 2018년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중앙은행의 당면과제에 대한 소회'를 주제로 연설한 그는 "경험적으로 볼 때 물가안정목표제는 물가 안정을 성공적으로 달성했으나 거시경제안정을 보장하지는 못했다"며 "지난 30년간 주요 경제 위기를 초래한 것은 부채, 높은 자산 가격으로 특징지어지는 금융 불균형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간 중앙은행이 금융안정 문제에 소극적인 이유로 금융안정을 측정할 수 없는 점, 여러 정책수단·다른 기관과 협조가 필요한 문제인 만큼 중앙은행이 용이하게 접근하기 어려운 점을 들었다.
시라카와 총재는 다양한 금융 신상품 개발 등으로 정확한 인플레이션 측정이 더 어려워진 점, 잠재성장률 하락·부채 누증 때문에 물가안정·금융안정 간 상충관계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 대외 개방 때문에 다른 국가의 통화정책 결정 영향력 확대 등의 환경 변화에 유의하며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라카와 총재는 또 "정부나 국회가 경제·재정 개혁으로 성장률을 제고하기 어려운 경우 중앙은행의 정책수단 동원을 기대할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지키려면 재정 건전성, 명확한 부실금융기관 정리, 자본투입 원칙을 담보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기조연설자인 로버트 홀 스탠퍼드대 교수는 '금융위기의 거시경제학 : 경제 심리의 역할'을 강조했다.
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주체의 심리 악화는 당시 미국 경제에서 이자율 급등으로 표현됐고 이는 자산 가격 폭락, 투자 둔화, 실업률 급등에 직접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제주체의 심리가 경기 변동에 따라 변화한다는 개념은 거시경제 이론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뒤이은 발표에선 저금리 기조에서 중앙은행 통화정책 운용 방향 등의 제언이 쏟아졌다.
마르틴 우리베 컬럼비아대 교수는 "명목금리를 장기적으로 1%포인트 인상하는 항구적 금리 인상 충격은 인플레이션율을 단기(1년 이내)에 거의 1%포인트 상승시켰다"며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율이 명목금리보다 빠르게 장기균형수준으로 수렴하면서 실질금리가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은 상승했다"고 밝혔다.
우리베 교수는 이어 "금리 하한에서도 인플레이션율이 목표 수준을 장기간 하회하는 상황이라면 명목금리를 장기 균형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상승시키는 정책이 실물 경기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달성할 수 있는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의 의미를 강조하는 발표도 나왔다.
마이클 맥마혼 옥스퍼드대 교수는 "중앙은행의 정량적인 경제전망은 단기적으로 금리에 영향을 미치지만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설명은 장기 금리를 변동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금리 하한의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도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으로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어만 유럽중앙은행(ECB) 팀장은 "통화정책 결정문이 직전 결정문과 유사할수록 금융시장 변동성이 줄어들었다"면서도 "연달아 유사한 통화정책 결정문 발표 이후 상당한 수준의 어휘 변동이 있는 결정문이 발표되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현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리카르도 라이스 런던정경대 교수는 중앙은행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 교란을 억제하고 은행 수익성을 개선하는 등의 의미가 있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그는 "중앙은행 통화스와프로 달러화를 공급받는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된다"며 "달러화 유동성 충격이 발생한 경우에도 자국 중앙은행으로부터 달러화를 공급받는 은행에는 달러화 표시 자산을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레그 카플란 시카고대 교수는 '미시경제적 다양성이 거시 경제적 충격의 파급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발표에서 동질적인 경제주체를 고려하는 전통 거시경제학과 달리 한계소비성향 차이 등을 반영한 경제주체를 고려한 거시경제모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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