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충돌에 철강·자동차까지…'트럼프발 무역전쟁' 2라운드

입력 2018-06-01 05:41
美中 충돌에 철강·자동차까지…'트럼프발 무역전쟁' 2라운드

트럼프, 中 첨단부품 이어 유럽·북중미 동맹국 철강에도 '관세폭탄'

수입차에도 고율관세 검토…세계최대 자동차 수입국 문호 닫히나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걷히는가 했던 세계 무역전쟁의 전운이 다시 짙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들어 상대 교역국들을 자극하는 보호무역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어서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탐색전을 마치고 2라운드로 접어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사문화됐던 무역확장법 232조까지 꺼내 들고 더 넓은 분야와 지역으로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 재연만 해도 부담스러운데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폭탄'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전 세계가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도 있는 위기를 맞았다.



세계 무역대전의 재점화는 지난 29일(현지시간) 국제 경제를 좌우하는 양대 무역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정면충돌이 본격적인 발단이 됐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첨단기술 품목에 대한 '관세 폭탄 보류' 결정을 번복하고, 이에 중국 정부가 즉각 강력히 반발하면서 'G2'가 맞닥뜨린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상호 관세부과 보류 합의를 깨고 중국산 첨단기술 품목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기존 결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관세 대상 최종 목록을 발표할 날짜도 다음 달 15일로 못 박으면서 방심하던 중국의 허를 찔렀다.

나아가 미국은 주요 산업기술을 얻어내려는 중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수출을 통제하기로 하고 내달 30일 대상 기업과 개인을 확정해 공개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무역협상 결과를 구체화하고자 1일 방중하는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을 기다리던 중국은 미국의 기습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부 유관 부처와 관영 언론 등에서 미국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특히 '합의 위배', '백악관의 책략성 성명' 등의 표현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하면서 전면전도 불사하겠다고 선포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고집스럽게 나온다면 중국은 반드시 결연히 힘 있는 조처를 해 정당한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이틀 뒤인 31일에는 유럽연합(EU), 멕시코, 캐나다산 철강에 '관세 폭탄'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들 국가의 철강 제품에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확정했다고 공포했다. 이에 따라 미국 동부 시간 6월 1일 0시를 기해 EU,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 부과 조치가 발효된다.

중국에 이어 유럽과 북중미의 동맹국으로까지 전선을 넓힌 것이다.

특히 해당 국가들이 강력한 반발과 함께 일제히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멕시코 정부는 즉각 미국과 같은 수준에서 철강은 물론 돼지고기, 사과, 소시지, 포도, 치즈 등 농산물 등의 품목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품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몰린 정치적 텃밭에서 주로 생산된다.

캐나다도 166억 캐나다달러(약 13조8천억 원)에 달하는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미국과 같은 수준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응수했다. 또 맥주, 위스키, 화장지 등의 품목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열었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미국의 관세 폭탄에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EU는 일찌감치 미국이 철강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오렌지 주스, 피넛 버터, 청바지, 오토바이 등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해놓은 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다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장벽 카드를 꺼내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했고,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곧바로 이행에 착수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대미 자동차 수출국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관세 부과 조처를 앞당길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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