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노란불'…1분기 제조업 재고 증가율 2년 만에 최고
자동차·철강 위주로 재고 늘어…"경기 한두 달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제조업 재고 증가율이 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기업이 생산해놓고 팔지 못한 상품이 늘었다는 의미로 제조업 경기에 노란불이 들어온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조업 재고는 1년 전보다 10.4% 늘었다.
재고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 중 시장에 내다 팔지(출하하지) 않고 쌓아두는 상품이다. 재고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제조업 재고는 2016년 3분기∼2017년 1분기 역성장했고 2017년 2분기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작년 3분기 증가율이 2.5%에서 작년 4분기 8.8%로 확대하더니 올해 1분기 증가율이 두 자릿수가 됐다.
올해 1분기 제조업 재고 증가율은 2016년 1분기(10.5%) 이후 가장 컸다.
주요 제조업별로 보면 반도체, 자동차, 1차 금속(철강)의 재고 증가율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재고 증가율은 작년 3분기 6.4%에서 4분기 32.9%, 올해 1분기 53.1%로 점차 확대했다.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재고율도 작년 3분기(18.0%), 4분기(18.6%)에 이어 1분기(15.1%)까지 3분기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1차 금속 재고율은 작년 3분기 -3.8%에서 4분기 14.0%로 플러스 전환한 뒤 지난 분기에도 13.6% 늘었다.
그러나 모든 재고 증가가 부정적인 신호는 아니다.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물건을 미리 만들어놓는 차원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가 이 같은 사례에 해당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전체 제조업 출하는 1년 전보다 4.0% 줄었는데도 반도체 출하는 4.7% 늘며 '선방'했다.
반면 자동차, 1차 금속은 출하도 부진한 모양새다.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출하는 작년 3분기 11.5%를 마지막으로 플러스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출하는 16.7% 줄었고 올해 1분기에도 10.6% 감소하는 등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1차 금속 출하 증가율도 작년 3분기 4.1%에서 4분기 -8.1%로 내려가고서 올해 1분기에도 -5.9%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자동차 재고 증가에는 국산 차의 경쟁력 약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 등에 따른 업황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차 금속 재고 증가를 두고도 "국내 건설경기 약화, 자동차 판매 부진 등 전방산업 둔화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재고가 늘어나는 것은 경기가 둔화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침체 초기까진 아니지만 세계 경기 회복세를 국내 경기가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경기 흐름이 어떻게 될지 한두 달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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