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얼음층 밑 300㎞ 대협곡 3개 확인
온난화 땐 얼음 바다로 흘러드는 수로 역할할 듯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남극의 두꺼운 얼음층 밑에 3개의 광대한 협곡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협곡들은 높은 산 사이에 수백㎞에 달하지만 얼음과 눈에 덮여있어 존재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25일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노섬브리아대학 케이트 윈터 박사 연구팀은 얼음층을 뚫고 지형을 읽을 수 있는 항공기 장착 레이더로 이들 대협곡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지구물리학연구지(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밝혔다.
이 협곡들 중 가장 큰 '파운데이션 트로프(Foundation Trough)'는 길이 350㎞, 폭 35㎞에 달하며, 다른 두 협곡도 방대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두 수백m의 얼음층에 덮여있다. 파운데이션 트로프의 경우 협곡 바닥에 도달하려면 약 2㎞의 얼음을 뚫어야 한다.
윈터 박사는 이 협곡들이 남극대륙 중심부의 얼음을 바다 쪽으로 실어나르는 수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남극의 기후조건이 변하면 이 협곡의 얼음이 훨씬 더 빠르게 바다로 흘러들 것"이라고 했다. 지구 온난화로 남극대륙의 얼음층이 얇아지면 이 협곡들이 얼음을 더 빨리 바다로 흘러들게 해 해수면 상승을 가속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우주국(ESA)의 지원을 받아 진행돼온 '폴라갭(PolarGAP)'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위성이 커버할 수 없는 남극점 주변 지역을 항공기에 레이더 장비를 싣고 얼음층 두께와 지형, 지질 등을 측정하는 다국적 연구활동이다.
폴라갭 프로젝트에 참여해온 영국남극조사단의 파우스토 페라치올리 박사는 "남극점 지역은 남극대륙 중에서 가장 덜 알려진 곳"이라면서 "우리의 항공지구물리 자료가 남극 얼음이 덮이기 전 산과 분지를 형성한 지질학적 과정에 관한 새로운 연구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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