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아모레 따돌리나?…그룹 전환기 차석용 리더십 부상

입력 2018-05-22 07:05
LG생활건강 아모레 따돌리나?…그룹 전환기 차석용 리더십 부상

고가 화장품·M&A 전략…LG 4세 경영체제에서 역할 커질 듯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LG생활건강[051900]이 고가 화장품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해 실적 개선 등 경영 효과를 거두면서 화장품업계 부동의 선두였던 아모레퍼시픽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LG그룹이 4세 경영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 상황에서 그룹내 가장 성공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로 평가받는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65)의 리더십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22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천837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9.2% 늘어났다.

매출액은 1조6천592억원으로 6.5%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천964억원으로 8.8% 증가했다.

1분기 실적으로는 모두 사상 최대다.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50개 분기 성장세를 지속했으며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52개 분기 증가세를 보이며 꾸준히 성장했다.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그룹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천781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6.5%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매출액은 1조6천643억원으로 10.3%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천160억원으로 18.9% 축소됐다.

두 회사의 1분기 실적을 단순 비교하더라도 LG생활건강은 매출과 당기순이익에서 아모레퍼시픽을 거의 따라잡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앞섰다.

증시에서도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시가총액 순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21일 종가 기준 시총 규모는 LG생활건강이 19조8천39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19조2천621억원)을 조금 앞섰다. 주가는 2014년 6월 23일 장중 42만1천원에서 이달 2일 139만6천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 측은 고급 화장품 브랜드가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성장세를 유지했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해소 기대감 등으로 투자심리가 풀린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화장품 사업에서 해외 매출은 1분기 기준 26%를 차지한다. 이 중 중국 고가 화장품 매출은 89%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LG그룹 계열 LG생활건강은 지주회사 LG가 지분 34.0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14년째 전문 경영인인 차석용 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고성장은 그의 작품이다.

3세 경영인 구본무(73) 회장 타계로 4세 경영인 구광모(40) LG전자 상무가 LG그룹을 이끌게 되면서, 차 부회장 등 6명의 부회장도 시선을 끌게 됐다. LG그룹은 수장이 막 세대교체를 하면서 당분간 전문 경영인의 계열사 경영 책임이 커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은 1999년 한국 P&G 사장과 2001년 해태제과 사장을 거쳐 2005년부터 LG생활건강 사장이 되면서 14년째 회사를 이끌면서 폭풍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한 해 받아간 보수만도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의 53배에 달하는 32억4천400만원이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면서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등 3개 기반을 갖췄다.

2007년 말 코카콜라음료 인수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샘물과 더페이스샵, 한국음료, 해태음료까지 사들였다.

바이올렛드림(구 보브) 화장품 사업, 일본 화장품 업체 긴자스테파니, 일본 건강기능식품 통신 판매 업체 에버라이프, 캐나다 생활용품업체 후르츠&패션, CNP코스메틱스 등 업체를 잇달아 인수했다.

다만,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세 경영인 서경배 회장이 화장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서 과감한 투자 전략으로 입지를 다져온 것과 달리 공격적인 전략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고가 화장품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며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도 탄탄한 실적을 유지한 것은 고가 화장품에 전략적 집중으로 견고한 성장을 해온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전문경영인 체제여서 아모레퍼시픽보다 투자 등 전략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한반도 긴장이 완연히 풀리면 그간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아모레퍼시픽이 성장 가도를 달리며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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