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목이 메어 연설 멈춰… 광주 희생 떠올랐다"

입력 2018-05-18 18:53
이총리 "목이 메어 연설 멈춰… 광주 희생 떠올랐다"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 후 페이스북 글 올려

전두환 비석 밟고, 기념사서 "진실의 심판 못 피할 것"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를 낭독하면서 수차례 눈물을 삼키느라 말을 잇지 못했던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이날 기념식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사랑하는 광주전남 시도민…하려다 목이 메어 연설을 멈춰야 했다. 광주의 희생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또 "기념식에는 늘 참석했지만, 기념사는 처음이었다"며 "내 마음을 기념사에 담았다"고 했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전남지사를 하다 총리로 발탁된 그는 이날 기념사를 하면서 수차례 눈시울을 붉혔다.

이 총리가 눈물을 삼키느라 말이 끊어질 때마다 기념식 참석자들이 박수로 응원했다.

이 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책임 문제를 겨냥했다.

진실규명을 강조하면서 "(5·18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사실을 왜곡하고 광주의 명예를 훼손하기도 했다. 진실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부정하며 희생자와 유가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총리는 이날 5·18 옛 묘역에 들어서면서 바닥에 묻힌 전두환 기념비를 밟음으로써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광주·전남 민주화운동 동지회는 전 전 대통령이 1982년 전남 담양에 방문한 뒤 세운 기념비를 부순 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옛 묘역 길목에 묻어 두었다.



이 총리는 작년 8월 6일 서울 대학로의 한 영화관에서 페이스북 친구 20명과 함께 5·18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바 있다.

이 작품은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담은 영상보도기록물이자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한국(남한)'을 남긴 것으로 유명한 독일 공영 ARD-NDR TV의 영상담당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의 당시 취재기 등을 다뤘다.

이 총리는 영화감상 후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울면서 봤다. 광주시민들이 왜 그렇게 목숨을 걸었는지 과거형으로 보지 않고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했다"며 "80년 5월 광주를 그린 여러 영화 중에서 가장 가슴을 친 영화"라고 극찬했다.

특히 기자로 21년간 재직한 이 총리는 "80년 5월에 외교를 담당하는 기자였다. 광주항쟁을 보도하는 게 제 업무는 아니었다고 변명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많은 부채감을 일깨워줬다"고 죄책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5·18 관련 메시지를 내면서 "기념식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뜻깊은 기념사였다"고 평가했다.

작년에는 문 대통령이 '대통령 기념사'를 했고, 올해는 이 총리가 참석해 자기 생각을 오롯이 반영한 '총리 기념사'를 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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