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덕분에…" 접경지 부동산 경매 고가낙찰 속출

입력 2018-05-13 08:30
"정상회담 덕분에…" 접경지 부동산 경매 고가낙찰 속출

민통선 내 분묘 있는 임야, 도로없는 잡종지도 비싸게 낙찰

연천·파주·철원 등 수요 몰려…"변동성 고려 투자 신중해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다음 달 12일로 확정되면서 접경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법원 경매시장에도 고가낙찰이 속출하고 있다.

분묘가 있거나 개발이 어려워 활용도가 떨어지는 땅까지 장단기 투자를 노리고 팔려나가는 형국이다.



13일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2일에 입찰한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의 한 임야는 첫 경매에서 감정가(7천868만5천원)의 124%(9천770만원)에 고가 낙찰됐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임야로 여러 기(基)의 분묘가 있어 평소 같으면 수차례 유찰되고도 남았을 만한 토지에 9명이 경쟁이 붙으면서 유찰 한 번 없이 주인을 찾는 것이다.

또 지난 8일에 입찰한 연천군 왕징면의 민통선 일대 잡종지는 10명이 공동소유 형태로 감정가(3억1천830만7천700원)의 119%인 3억8천1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 물건은 앞서 지난달 초 1회 유찰돼 최저 매각가가 감정가보다 30% 낮은 2억2천281만5천원에서 입찰이 진행됐는데 최종 낙찰가는 최저 매각가는 물론 감정가를 웃돌았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 토지는 중요 군사시설의 최외곽 경계선으로부터 300m 이내 지역으로 주택이나 기타 구조물의 신축과 증축이 금지된 곳이다. 또 일부 맹지로 개발도 쉽지 않다.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민통선 내 토지들은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는 잘 팔리지 않던 것들인데 최근 관계가 급호전되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추진되면서 개발이 어려운 땅까지 고가에 낙찰되고 있다"며 "남북 경제협력과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세차익 또는 보상 등을 노린 투자 목적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와 강원도 철원군 등지의 부동산도 낙찰 사례가 늘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밭(전)의 경우 지난 4일 첫 번째 경매에서 감정가(5천621만4천750원)보다 비싼 6천261만9천990원에 팔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이 111%에 달했다.

지난 9일 입찰한 파주시 월롱면의 논(답)도 감정가(1천759만3천원)의 105%인 1천845만2천500원에 주인을 찾았다.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파주시 와동동의 한 아파트는 앞서 1회 유찰돼 최저 매각가가 감정가의 70%인 2억6천250만원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지난 8일 입찰이 진행됐는데 총 13명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 감정가의 99%인 3억4천710만원에 낙찰됐다.

전문가들은 이 일대 경매 물건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유망 물건의 입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5월 138건이던 파주시의 토지 경매 진행 건수는 지난해 6월 122건, 7월 81건으로 줄어든 뒤 지난 3월에는 41건, 4월에도 24일까지 33건이 경매에 부쳐지는 데 그쳤다.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접경지 경매 물건의 경우 최근 경매 진행 전에 일반 매매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며 경매를 취하하거나 기일을 변경해달라는 요청이 급속히 늘고 있다"며 "물건 감소로 투자가치가 기대되는 곳에는 응찰자가 대거 몰려 고가낙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파주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있지만 변동성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며 "여유 자금으로 진행하는 묻어두기식 투자가 아닌 이상 개발이 어려운 땅까지 고가에 매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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