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한국전 11초 골' 터키선수, 美 망명해 빵집 연 사연
'터키 축구전설' 쉬퀴르, 쿠데타 배후 추종자 낙인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2002년 한국과 터키가 맞붙은 월드컵 3·4위전에서 11초 만에 첫 골을 터뜨렸던 터키의 유명 축구선수 하칸 쉬퀴르는 지금 미국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46세인 그는 터키에서 쿠데타 시도가 발생하기 1년 전인 2015년 터키를 떠나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정착했다. 투자자 비자를 받기 위해 친구가 개업 예정이던 빵집 카페의 지분을 샀다. 이곳은 그의 유배지이자 은신처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터키에서 가장 유명한 운동선수이자 월드컵 영웅으로, 터키 의회에까지 입성했던 그가 지금에 이르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쉬퀴르는 터키 정부가 2016년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제자 중 한 명으로, 터키의 정치적 상황이 악화할 것을 감지하고 부인, 자녀 3명과 함께 미국행을 선택했다.
쿠데타 시도 이후 터키 정부는 언론, 학계, 정계 등에서 반대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25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6만 명 이상 수감됐다.
터키 사법당국은 같은 해 쉬퀴르에 대해서도 '펫훌라흐주의 테러조직'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펫훌라흐주의 테러조직'이란 귈렌의 추종자를 뜻한다.
그는 당시 이미 터키를 떠난 상태였지만, 그의 아버지는 체포돼 거의 1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터키에 있는 쉬퀴르의 친구들은 그에게 만약 그가 공개적으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터키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 고국으로 돌아와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쉬퀴르는 "만약 내가 그들이 말한 대로 했다면 나는 매우 좋은 삶을 살고 장관도 됐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나는 지금 커피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언제나 암흑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나는 언젠가 빛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어둠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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