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노동자상, 경찰에 막힌 영사관 인근 지점에 설치"

입력 2018-05-01 18:55
수정 2018-05-01 19:49
시민단체 "노동자상, 경찰에 막힌 영사관 인근 지점에 설치"



영사관과 20m, 소녀상과 65m 떨어진 인도 한복판…또다른 갈등 예고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옆에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치를 추진했던 시민단체는 노동절인 1일 경찰 제지로 당초 계획했던 대로 설치하기가 어렵게 되자 이날 현재 노동자상이 머물고 있는 영사관 인근 지점에 설치하겠다고 예고했다.

노동자상이 현재 머물고 있는 지점은 이날 소녀상 옆으로 노동자상을 옮기려다 경찰에 막힌 장소로 일본총영사관 후문에서 20m가량 떨어진 위치다. 애초 설치를 예고했던 장소인 소녀상 옆과는 65m가량 떨어져 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부산 노동자상 건립특위)는 "경찰에 막혀 소녀상까지 노동자상을 이동시키지 못했지만 현재 있는 위치에 노동자상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 노동자상 건립특위는 전날 밤 10시 30분께 기습적으로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치를 시도했다.

지게차를 이용해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으로 이동시키려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앞에서 경찰에 저지당했다.

밤샘 대치를 이어나갔던 시민단체는 조금씩 노동자상을 소년상 옆으로 이동시켰고 1일 오전 10시45분께 소녀상 앞 65m 지점까지 이동시키자 경찰이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경찰의 해산 시도 10여 분만에 시민단체 회원들은 경찰 통제선 밖으로 밀려났다.

경찰은 노동자상을 둘러싼 채 시민단체 회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1일 저녁 현재까지도 경찰은 노동자상을 몇 겹으로 에워싸고 있다.

부산 노동자상 건립특위는 경찰에 막혀 소녀상까지 노동자상의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해 지자 현재 노동자상이 있는 위치에 설치키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병준 부산 노동자상 건립특위 집행위원장은 "지금 있는 위치에서 경찰이 조금이라도 노동자상 위치를 변경하면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며 "현재 위치에 설치 작업을 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식 입장은 맞으나 실무적인 것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안은 내부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간 외교부와 부산시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부산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며 대체 방안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부산 노동자상 건립특위 측은 "강제징용 역사에 대해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영사관 앞이 아닌 다른 곳에 설치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현재까지 전국에 4개의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있지만 외교 공관 인근에 설치된 경우는 없다.

현재 노동자상이 머문 지점은 폭 4m 가량 인도의 한복판이다.

바로 옆에는 웨딩숍 출입문이 있어 현실적으로 이곳에 노동자상을 설치하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부산 노동자상 건립특위는 이날 "오늘 밤부터 노동자상 지킴이단을 꾸려 노동자상 주변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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