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日전문가들 "회담 성과 거뒀다"…"남북문제 구체적 거론"
오쿠조노 교수 "향후 실행과정서 비핵화 이행 논의 심화돼야"
기미야 교수 "핵문제 진전 없이 대북 제재 풀기 어려울 것"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김병규 특파원 = 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을 놓고 일본의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성과를 거뒀다",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내용이 나왔다"며 일단 긍정적 평가를 했다.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53) 시즈오카(靜岡) 현립대(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날 '판문점 선언'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명확히 담겨있다는 점이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이 공동선언에 명시됐다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최소한의 성과를 거뒀다"며 "비핵화 문제 논의와 관련해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런 '완전한 비핵화'가 실제로 시행되는 일"이라며 "향후 선언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비핵화를 어떻게 이행할지 논의가 심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두 정상의 선언문 중 '이미 채택된 남북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한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그는 "비핵화와 관련해서 10.4선언에 명시된 6자회담의 성과이자 북한이 핵포기를 약속한 9.19 공동성명이나 2.13 합의의 이행도 북한에 요구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미국, 일본과 잘 협의해서 판문점 선언을 어떤 방식과 절차로 추진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제협력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프레임과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계하면서 "과거 남북선언 중 10.4선언에는 경제협력 내용이 차지하는 부분들이 많다"며 "이를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가 없으면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한미일간의 기존 입장과 양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한국 정부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이미지 전환에 성공했다며 이는 향후 북한의 대외전략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2000년 6.15 공동선언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전의 베일에 싸인 독재자 이미지를 바꿨던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도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폭군' 이미지에서 겸허하고 친근감을 지닌 리더라는 이미지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보안상 위험이 있는 판문점에 직접 내려와 열린 행동을 보여줬으며 민족 간의 공감대를 느끼게 하는 모습을 통해 민족의식을 자극했다"고 덧붙였다.
오쿠조노 교수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움직임이 구체화하게 되면 북한과 일본 사이의 대화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 일본과의 대화가 주는 가장 큰 인센티브는 국교정상화가 이뤄지면 당당히 받을 수 있는 경제 지원"이라며 "이미 병진 노선을 매듭짓고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이 나온 상황에서 앞으로 북한에 일본의 존재감이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남북한 사이의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내용이 나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미야 교수는 "남북 간의 긴장완화를 위해 매우 구체적인 조치가 많이 언급돼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오늘 회담 분위기가 좋아 앞서 나가는 표현이 나오기를 기대했다"며 "한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했지만,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선 큰 기대에는 못 미친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미야 교수는 "핵 문제의 진전 없이는 유엔의 대북제재를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제재는 한국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남북이 제기할 수 있지만 이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보기 위해선 중국, 미국 등이 포함된 3자 또는 4자 협력이나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미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은 아주 잘 됐다고 보지만 다른 한편으론 역시 한반도 문제는 북한과의 협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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